대나무에 대한 단상
금이 갈망정 꺾이지 않는
그 곧은 성정을 두고
사람들은 그를
지절자라 비유한다
세상 살다 보면
휘일 때도 있고
꺾일 때도 있고
더러는 뽑힐 때도 있다
능소능대
살아남기 위한 싸움
진흙탕 삶이 어찌하랴
때묻기 싫고
타협하기 싫고
굴복하기 싫다면
아예 꼿꼿이 꺾일 일인가!
오늘 대나무는
옆에도 아래도 보지 않고
꼿꼿이 꼿꼿이
하늘만 향해
그 머리를 높이 쳐든다.
※출전: 인연서설, 문병란, 1999
제가 3년전 도시에서 촌으로 귀처를 옮긴 얼마 후에 한 일중 하나가 대나무를 심은 일이었습니다.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저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아니한 횟집 앞 화단에 오죽이 턱하니 버티고 있어서 (동네의 지형과 지세에서 오는 강추위에는 안중에도 없고) 반신반의한 심정이었지요.
그 해, 한 해는 보기에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작년에는 아예 시든 잎과 줄기를 보는 것이 (괜시리) 복잡하고 (참으로) 미묘했습니다.
고사목 아니 고사초가 된 것이지요. 그래도 보기 싫다고하여 뽑아내지는 아니했습니다.
마침 어제는 마당을 우연찮게 둘러 보던 중에 자그마하지만 대나무의 부활(?)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곳 모회원님의 부고를 접하고서 일면식은 없었습니다만 며칠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지라 잠시나마 웃음을 머금게 해준 대나무가 (그래도) 고맙습니다.
다시 한 번 이자리를 빌어 고인이 되신 두 분, 김주항님, 김형주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