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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참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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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9 22: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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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참다가......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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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석 [가입일자 : 2013-01-27]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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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지름신이 또 발작하여 저질러 버렸네요.
갖다 놓을 곳이 없어서 여기저기 위탁보관한 스피커가 이미 2개나 있는데
이번에 지른 인피니티 르네상스 90도 "아는 형님이 그냥 줬다"라고 사기치고
처갓집 작은방에다 쳐박아 두었으니 대형급 위탁스픽이 3개가 되는 셈이 됩니다.
뭐 오디오 좋아하는 사람치고
저같은 고물상(?) 차린 사람이 한, 두사람이 아닐 터이지만
도대체 팔아치우지는 않고 왜 자꾸 집어 오는지 저 자신도 참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그동안 모니터 오디오, AR, 타스캄 릴덱, 턴테이블 2대, 라이오 3개 등 등은
어디론가 시집보내 버렸지만
여전히 여기저기에 쳐박혀 있는 각종 오디오 기기들은
아마도 한트럭은 조이 넘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쿼드 ESL 63도 구입해 놓고 남의 가게에 방치한지 2년이고
인켈 BH600도 여전히 남의 집에 공짜로 숙박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 르네상스 90 역시 언제 모셔올지 기약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도대체 뭐가 몇개나 있을까? 하고 대충 목록을 만들어 보니
스피커가 대략 20여개, 앰프가 15개, 턴테이블 4개, CDP가 5개,
LDP 2대, DAT 1대, 테이프 덱 2대, 이퀄 2대....등 등 등
물론 구입할 때는 나름대로 어떤 궁금증(저 앰프와 스피커에서는 어떤 소리가 나와줄까? 등 등)
으로 시작하지만 사실 지구상의 그 수많은 오디오 기기들이
나름 각자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절대로 나의 호기심의 방황은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러다 보니.......!!!
마누라와 자식새끼들은 하나같이 "그만좀 가져와~아!" 하고 외침니다.
어쩌다 몰래 숨겨가지고 들어와 꺼내놓으면
"아이고 또? 또? 또?"가 자동으로 합창이 됩니다.
이번에 슬쩍 가져와 처갓집에 숨겨논 인피니티도
결국 김장 때 마누라에게 들켜버렸습니다.
대청소를 한다고 집안을 온통 뒤집어 놓을 때니
크기도 적지않은 인피니티가 당연히 눈에 띌 수밖에 없었습니다.
......!
마누라 왈!
"이거 당신이 갖다 논거지?"
"어~! 응, 거시기 .......!
"아니 이제는 집에도 모자라 시골집 창고에도 모자라 이곳까지 쌓아놔?"
"이거 절대 싸구려 물건이 아닌데 얼마 줬어?
"아~! 그거 서산에 아는 형님이 그냥 줬어, 버릴 수는 없잖아!"
사실 지난 세월동안 수없이 들락날락한 오디오 기기들을 곁눈질로 봐 온 마누라가
결코 싸구려로 보이지 않는 인피니티를 그냥 얻어왔다는 말을 있는 그대로 믿지는 않을 터이다.
하지만 온갖 핑계를 대며 "공짜로 얻어왔다"라고 우기는 사람을
어떻게 해 볼 수는 도저히 없었을 것이다(이것이 벌써 30년 째 반복 중입니다^^)
사실 장모님도 모르게 갖다놨기 땜시로
마누라 성화에 장모님에게도 들켜 버렸다.
"이게 뭐시댜?"
"네 어머니 어디에 쓰는 거예요"
"아니 무신 농짝같이 생겼는데 워따 쓰는 거여?"
"아이고~ 어머니, 어머니한테 설명해 드려도 잘 모르실 거예요"
"거 참! 희한하게 생겨 먹었네?"
"네, 어머니 어디에다 쓰는 건데 곧 가져갈 겁니다"
"알아서 혀!"
"아~네! 네! 네! 네!"
ㅎ ㅎ ㅠ ㅠ~~~
어쨌건 간에,
그놈의 Infinity Renaissance 90을 여기저기 손 좀 봐서
차랑차랑한 고음도 들어보고
때론 엄청나게 밀려나오는 굵직한 저음도 겪어봐야 할 것이지만
당분간은 손조차 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내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다.
서울 집에는 이미 만차?가 되어 들어 올 공간이 없고
시골 농가는 아직 완공이 되지 않아 언감생심이나 다름 없다.
사실 나는 오래 전부터 인피니티 sigma 구입을 희망해 왔다.
그것은 인피니티가 가진 중독성 때문이다.
물론 울리기 고약한 스픽임은 분명하지만
바이와이어링으로 스피커 줄을 걸고(바이앰핑이면 더 좋고)
궁합이 맞는 앰프로 맺어만 주면
한마디로 죽이는(?)는 사운드가 연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발현악기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여
감히 대적할 상대가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그렇게 들렸는데 다른 사람의 기준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오랫동안 적당한 가격(약 300만원 가량)의 시그마가 출현하길 기다렸지만
도대체 누가 그리 오랫동안 꿈쳐놓았는지 좀체로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인피니티가 IRS 시리즈가 최상급 라인이고 베타와 델타도 있지만
그 두녀석은 바이앰핑과 서보컨트럴을 기본장착해야 하기 때문에
그나마 SIGMA 정도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해 오고 있었던 거다.
어쨌거나,
꿩대신 닭이라고 나는 르네상스 90을 어찌어찌 하여 업어오게 되었는데
상태는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특유의 고질병인 상판들뜸이 있었고
덕트의 스펀지는 몽땅 뭉그러져 삭아버렸다.
더군다나 판매자가 걸어놓은 앰프가 불과 30W 짜라여서
저음은 커녕 중고음에서 앵~앵 소리가 나더라.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인피니티 르네상스 90은
앰프밥을 엄청 많이 먹는 녀석이다.
그래서 몇십W 정도의 앰프를 장시간 걸어놓으면(특히 진공관)
언젠가 모르게 앰프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 오르기 시작한다.
너무 힘이 달려 기력이 쇠잔해서 앰프가 발진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스픽 주인과 만남에 의의를 갖자고 하고
그냥 돌아오려고 했었다.
또한 이 스픽을 가져갔을 때
마누라를 비롯한 집안식구들의 눈총도 암암리에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아이고~ 저는 이만 가봐야 하겠습니다"
"오늘 좋은 분 만나서 재미있는 얘기도 나누고 참 좋았습니다"
하고 작별을 고하고 나오는데,
스픽 주인장께서 잠시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저기 선생님 여기까지 오셨는데 이 가격을 가져가시면 어떻겠습니까?"
하고 제 마음속의 지름신을 다시 유혹하였다.
"엥?"
"아이고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 가격에 가져가겠습니까!"
"아니, 괜찮습니다, 어차피 치워야 할 물건이라서 좋은 분께 드리면 저도 좋지요"
........!
하여튼 간에,
그리하야 어찌어찌 시세보다 훠~얼씬 저렴한 가격에
그놈을 업어오게 되었는데,
전자에 언급한 대로 이녀석을 들어보려면
적어도 6개월은 넘어야 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일단 상판들뜸은 목공용 클램프로 조여 서서히 원상회복하도록 조치는 해 놓았고
삭은 스펀지는 천상 스펀지 가게에 가서 성형해서 끼워 넣어야 한다.
그리고 중세시대 창날마냥 뾰죽한 스파이크 및 슈즈를 받치려면
또 대리석 받침대도 장만해야 하고 스픽줄도 적당한 놈으로 하나 개비해야 한다.
또한 어떤 앰프로 궁합을 맞출지 고민해 봐야 한다.
앰프가 신랑이면 스픽은 신부이니 어울리는 놈으로 맺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사항이다.
뭐 오디오아날리제가 천상궁합이라고 하는 분도 있고
매킨토시가 찰떡궁합이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매킨은 당최 내 성미에 맞지않아 일단 패쑤다.
하지만 오디오 아날리제는 언제 품을지는 장담할 수는 없다.
그녀석도 좀체 장터에 나타나질 않기 때문이다.
어찌 하다보니 글이 솔찮이 길어져 버렸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천성은 그것을 재생해 주는 기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고 기기마다의 특성에 따른 재미에
맨날 줏어 모으다가 세월을 보내다 보니 아직도 할 말은 무지하게 많다.
라이브 음악과 재즈에 일가견이 있는 JBL XPL도
어찌보면 인피니티와 특성이 비슷하긴 하지만
스케일감에선 인피니티가 앞선다.
하긴 그 XPL도 똑딱이 비닐에 쌓여 시골 농가 창고에
미이라 상태로 죽어있지만 그녀석도 언제가는 숨결을 불어 넣어주어야 한다.
생각해 보면 주인 잘못 만난 수많은 녀석들이
본연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영면해 있는 중이라
한놈 한놈한테 솔직히 미안하기는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호기심과 욕심만 잔뜩 많은 주인 녀석을 잘못 만난 팔자소관일 수밖에 없다.
사실 시골 농가를 짓고 있는데 여러가지로 난관이 많아
완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 건축쟁이나 목수들은 뚝딱! 뚝딱! 겉만 번지르르하게 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구상해 온 나의 생각과는 달라도 많이 달라 진척이 쉽지 않다.
집 구조 역시 나는 리스닝룸 위주로 거실을 꾸미려 하고
마누라는 주방과 거실을 막지 않는 오픈형을 원한다.
물론 당연히 내 구상대로 주방과 거실의 벽은 막을 것이다.
시골집을 짓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누구 간섭받지 않고 마음껏 소리통을 울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 집에서는 층간소음 문제로 마음껏 울리지 못했던 대편성 음악과
현장의 열기를 그대로 재현하는 라이브 음악을 들어 볼 것이다.
생상스 오르간의 초저음도, Anouar Brahem의 우드 연주도,
그리고 Paco De Lucia의 플라멩꼬 기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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