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젊은 시절
30여년 전 친구들이 모여 우리집으로 온다고 합니다.
어려운 80년대를 헤쳐나오던 우리 서클에 유난히 결혼으로 이어진 커플들이
많았습니다.
1979년 부터 시작된 우리의 인연이... 그래서 벤드도 1979 입니다.
그 중에서 유독 나만 커플을 이루지 못하고 헤어진 가슴아픈 추억이 남은
모임이기도 합니다.
헤어진 그 여친도 30년만에 할머니 되어 온다고 합니다.
잠자리와 뭘 대접할까 등 등 고민이 조금 되기도 했지만
다 늙은 몸과 정신에 뭐이리 설레이는지... ㅋㅋㅋ
가입한 까페를 섭렵하여 까페 회원께 바베큐 훈연제로 사용될 사과나무를 받았습니다.
사과나무만 보낸게 아니라 백숙용 엄나무에 사과나무는 연식별 개별포장까지 해주셨네요
그리고 친구들이 방문한다는 당일 드디어 준비한 바베큐를 시작합니다.
물에 잘 불린 사과나무를 바베큐 솥 옆에 잘 위치 시키고 시작합니다.
고기 투입은 숯이 하얗게 변할때 해야 합니다.
숯이 연소될때 고기를 넣게되면 숯의 연소향과 연소시 생기는 일산화탄소 독성이
고기에 스며들게되어 해롭고 맛 버립니다.
그리고 연료인 숯에 물에 불린 사과나무를 넣어줍니다.
물에 불리지않고 사과나무를 그냥 투입하면 사과나무가 훈연제가 아니라
곧 바로 숯과 어울려 연료로 변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서서히 긴 시간 바베큐가 되고 있으므로
친구들도 온다고 하니 특히, 30년 전 그녀가 온다고 하니 샤워하고 친구맞이 준비를 합니다.
1시간 넘게 훈연된 바베큐 심부에 온도계를 찔러 넣어 봅니다.
75도 언저리에서 고기가 다 익은 것으로 간주됩니다.
선반의 높이와 고기의 두께에 따라 심부 온도가 약간씩 다를 수 있으므로
온도를 잘 준수해 줘야 맛 있는 바베큐를 안전하게 드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꺼낸 뒤에도 다시 한번 일일이 온도 체크를 해 줍니다.
다 익은 고기는 저렇게 알루미늄호일로 잘 감싸두고 30분 정도 기다립니다.
전문용어로는 레스팅이라고 합니다. 육즙을 가두어 고기를 맛나고 부드럽게 해 줍니다.
이렇게 준비하느 동안 친구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물론 못 온 친구들도 있습니다.
격동의 시절 사랑하는 가족을 남기고 극단의 선택을 했던 친구들도 있고
병으로 먼저 떠난 친구들도 있습니다.
병상에 있어 못 온 친구도 있고요
커플들... 여친들과 미망인이 돼버린 여친들이 대거 불참입니다.
먼저 떠난 친구들의 빈자리가 가슴아프고 함께하지 못한 그녀들이 안타깝습니다.
늦게 온 친구들도 있고
밤 늦게 업무때문에 먼저 돌아간 친구들도 있습니다.
머나먼 타국에서 귀국한 친구들도 있고 하여간 전국에서 흩어져 살던 친구들이 대부분
참석을 했습니다. 총 12명이 가고 오고 시골집에서 하룻밤은 10명이 밤새워 놀았습니다.
저녁식사 이후 밤 늦게 방음 잘되는 지하실 커피로스팅룸에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이 시간 이후에도 밤 새워 술마시고 옜날 이야기하고.... 잠시 과거로 다시 돌아간 느낌!
아침 숲길을 같이 걸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같이 한 뒤 내가 직장에 복귀해야 하므로 부득이 친구들과 악수하고
헤어져야 했습니다.
30년이 지난 세월...
모교의 선생님으로 잘 지내는 여친과 할머니 할아버지 되어 재회 했지만
젊을때 처럼 스스럼 없이 사진찍을때 붙어서라는 친구들 성화에
붙을 수록 어색해 지는 포즈가 친구들 밴드에 올라왔습니다.
내 결혼후 신혼집에 집들이 와서 옜이야기로 초를 치더니 이번에 또 한번 초를 칩니다.
이로 인하여 아내의 의심은 더 해지고
급기야 이틀간 뒤치닥거리했던 아내는 손주보러 간다며 일주일간 가출해버리는
불상사가 생겼습니다^^
아 ~~~ 나도 손자 보고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