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귀농을 하고,
몇 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을 가볍게 귓전으로 흘리고
아직도 산에서 잘 버티고 있는 농부입니다.
일주일에 만나는 사람은 한 두명이라(개 사료 사러갔을 때와 집사람 만났을 때 외엔 거의 사람과의 접촉은 없네요. 슬퍼!!!)
가끔은 입에 거미줄이 칠까 겁이나기도 하지만,
열심히 밥을 걸르지않으니 거미줄 칠 일은 없겠다 싶습니다.
그럼에도 대화의 단절은 정신세계마저 사회적 능력의 퇴화로 인한 단순무식 그 자체로 변화시키는 듯 하여
가끔은 바보가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됩니다.
사람들과의 대화가 필요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영양가없고 무의미한 무한오토리버스 타입과의 대화까지 대화라고 하기엔 좀 그래서 무시하고 넘어가니 자주 들러는 와싸다 게시판이 심심한 듯 싶어서....
산에 홀로 지내니 사람들이 물어보는 대표적인 질문이,
'무섭지 않느냐?'와 '심심하지 않느냐?'입니다.
안 무섭구요, 안 심심합니다.
인터넷이 되고, 오디오도 있고, 계절마다 자연이 주는 무한한 눈요깃거리,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으니
10년을 산에서 홀로 살아도 심심하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홀로 지내는 것에 익숙해서 세상 일도 대충 흘려버리는데,
오늘은 유일하게 제가 가끔 방문하는 와싸다 커뮤니티가 쬐끔 푸석한 듯 싶어 사진 몇 장 올립니다.
두릅이 피고 돌나물도 피고 머위와 민들레, 취나물 등 모든 산나물들이 서로 먹어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봄입니다.
요즘은 하루 한 끼는 초고추장만 있으면 배가 부른 항상 풍족한 시기입니다.
10년 전에 농원에 식재한 삼은 죽을만큼 죽고, 살만큼 살아 자기들끼리 제법 번식도 하고는 합니다.
오래된 삼도 아직 캐지 않는 이유는, 크기가 아직은 너무 작기 떄문입니다.
거의 처음 심었을 때와 크기의 차이는 없고 나이만 먹는 듯 합니다.
약초 중에 잔대라는 놈입니다.
어린 잎은 이런 모양인데, 자라면서 잎 모양이 다양하게 바뀝니다.
여자들에게 특히 좋다고 해서 열심히 키우고 있는데, 번식율이 좋아서 지금은 농원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생명력 강한 약초입니다.
농원을 산보하면서 주워오는 먹거립니다.
영지버섯, 운지버섯, 두릅순, 표고버섯.....
봄이면 농원 안에서 매년 뿌리약초를 캡니다.
원래 사람의 발길이 뜸한 농원인데다가 제가 자리잡고는 사람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서 농원 안에는 약초가 지천으로 널려있는 편입니다.(이건 자랑이 확실합니다. ^^;)
왼쪽부터 잔대, 산도라지, 산더덕.
산더덕이 많은 이유는 순전히 캐기가 가장 쉽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산도라지는 운 좋게 발견한 10년 묵은 놈 하나 캐고 다른 대물사냥 포기하고, 잔대도 캐기가 어려워 조금만 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