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쯔음부터 비가 내리는군요
얼마나 기다렸던 비인지
농심에 애타는 심정을 누가 알런지요
겨울비 없는 기상이변을 정권탓을 하는 이상한 종자들도 많이 봤습니다.
그래도 비가 내리니 좋네요
오전일찍 문을 열어 벌써 일상의 매출은 올렸고
이 비속을 뚫고 벽촌 시골까지 커피마시러 오실 분들은 희박한거 같아서
오늘 점심은 버터 뜸뿍 바르고 애그머핀에 국산 와인(정종)을 벌써 3잔째 들이켰더니
이시간이후 알딸딸합니다.
배따라기의 음악을 들으며
나 혼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커피로 그린 그림으로 우리가족의 캐릭터를 주문해서 받아봤습니다 손자까지 ㅋㅋ.
모두다 행복한 모습으로.... 이게 바로 행복이쥬?
비와 함께.
그나 저나 손님오면 큰일이네요
벌써 얼굴이 붉그래 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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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점심때 쯤 블로그에 올린 글 입니다.
오후에...ㅠㅠ
원래 비가 오고 안오고를 떠나 오늘 까페는 아내가 담당하는 날 이었습니다.
아내의 근무가 갑자기 변경되고
나의 봄 휴가가 겹치면서 어쩔 수없이 아내대신 까페를 지키게 되었고
이왕에 까페 나온김에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나와 문 열고 있다가
우리가 평소에 모르던 아침 손님들을 맞았던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문 여는 까페도 있네요? 하면서...
그렇게 오전을 바쁘게 보낸 뒤 쏟아지는 비때문에 더 이상 이 산골을 찾을
손님이 없다고 보고 나혼자 일본식 발효주 마시면서 퍼져버렸던 거 였거든요
그랬는데 참 오산입니다.
비 속에서도 겨울비의 낭만을 찾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사모님들 여럿 들이닥치더니, 잠시 뒤
아베크 드라이버 커플들이 오고.
단골 골프장 캐디들 까지...
황당했던건 말입니다.
진짜 황당한건 사모님들께서 나를 부르더니 "사장님도 한잔 하세요" 였습니다.
무척 당황했습니다.
원래 외모가 참 평균축에 못 끼이는 외모라 차 한잔 같이 하실래요?는
영화나 드라마 속 대화이거나 잘 생긴 사람의 대화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사모님들의 사장님도 같이 한잔하세요 라는 것이
그야말로 옜날식 다방의 레지 아가씨에게 던지던 아저씨들의 멘트 그대로
받아들여 졌습니다.
얼굴은 붉어지고(약간의 주기가 있었으므로)
이 멘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무척 당황했습니다.
나이 60이 다가오는 즈음에 내가 가장 못하는 것이 연기 입니다.
당황하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거든요. 화가 나도 얼굴에 그대로 표현되고
오죽하면 직장에서 부서 협의를 하던 중 우리 부서에 대해 폄하는 옆 부서 과장앞에서
얼굴에 화난 표정 그대로 드러나니까 그 과장님 회의를 중단하더군요
옆 부서 계장이 나에게 "계장님 얼굴에 표정좀 죽이세요 이거 사회생활 하겠어요" 라던
그 계장이 승진해서 지금 상사가 되어있을 정도...ㅋㅋ
꾹 참고 "마시라는 대로 다 마시면 저 밤에 잠 못잡니다" 라며 겨우 웃으며 넘겼습니다.
그리고 그 사모님들 떠난 뒤
저녁 무렵 단골 캐디 아가씨들 왔을때 주문한 메뉴들 내 드리고
전주에서 실험까페를 운영중인 지인께서 보내준 한지필터로 혼자 마실 드립을 내릴때
이 장면을 본 아가씨 한명이 "사장님 향기와 분위기 너무좋다 맛좀 보게 해줘요" 해서
드립커피 반 잔 정도 내어 드렸습니다
그렇게 오후도 대충 넘어가 야간 간판에 불켜고 앉았는데
아까 왔다간 사모님 팀에 여성손님께서
아까는 결례했다며 초밥과 생선까스롤 가져다 주시네요 ㅋㅋ
거절하다가 결국 놓고 가시는 것을 막지 못했어요.
그리고 드립커피 얻어먹은 값이라며 캐디 아가씨가 읍에까지 가서 통닭을 튀겨다
갖다 주네요.
그래서 까페 간판끄고 문 닫고
오늘 추렴받은 초밥 생선까스 통닭을 펼치고 한잔 하면서 마무리 합니다.
임호삼님께서 그랬습니다
까페에서 다른 음식냄새 풍기기 시작하면 망하는 전조 인거라고...
그게 아니라도 아내가 이 사실을 알면 까페 문닫자고 할 겁니다.
그래서 우리 까페 곧 망하겠죠 한 100년 안에...
아!!! 한지필터 사용기는
좀 더 정신이 맑을때 한번더 시음하고 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