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반 쯤인가 대학로가 젊음의 거리로 알려질 무렵
마로니에공원 구석에서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는 집이 낙산인가? 창신동인가? 하여튼 근방이라서 자주
나온다고 했고, 나이가 동갑임을 알고 둘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음악 얘기가 서로 잘 통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나이였음에도
그 친구는 기타를 기가막히게 쳤습니다
가끔은 새로 만든 곡이라며 불러주는데 처음 듣는 곡임에도
귀에 착착 감기는 게 "우와"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야 너는 진짜 가수 해야 되겠다"이러니 준비중이라 하더군요
그런 세월이 길지는 않았고 1~2년쯤으로 짧았습니다
먹고 살기가 바빠져서 만나지 못하고 결국은 서로의 존재를
잊고 지내던 몇 년 후 TV를 보는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노래를 부르네요 그것도 대학로 공원 구석에서 들어봤음직한
풍의 노래들을...
"어 쟤 내가 아는 친군데?
짜식 한다더니 진짜 가수가 됐네..
그래 그렇게 쭈욱 잘나가라!!"
그 친구의 능력은 익히 알고 있는 터였고 또 싱어송라이터라
긴 시간 쭈욱 잘 나갈 줄 알았습니다만
천재는 하늘이 알아보고 먼저 데려가더군요...
너무 아픈 사랑은.....이런 풍의 노래를 나이 어린 친구가 만들었고
불렀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그 내공이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천재는 짧은 찰나의 삶을 살다가 갔지만 그가 남긴 많은 곡들은
앞으로도 긴 세월을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힘을 주는 음악으로 함께 하겠죠...
추적추적 눈이 내리고 괜히 센치해지는 저녁
옛 추억과 함께 천재 김광석을 떠올려 봅니다
어이 친구!! 그곳에서도 좋은 곡 만들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