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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영화 좋았습니다.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7-12-30 02:42:00
추천수 7
조회수   1,885

제목

1987... 영화 좋았습니다.

글쓴이

김일신 [가입일자 : 2002-12-15]
내용

존경하시는 대통령 각하

옥체 안녕하시옵니까? 저는 제품(의류) 계통에 종사하는 재단사입니다.

각하께선 저들의 생명의 원천이십니다. 혁명 후 오늘날까지 저들은 각하께서 이루신 모든 실제를 높이 존경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길이길이 존경할 겁니다. 삼선개헌에 관하여 저들이 알지 못하는 참으로 깊은 희생을 각하께선 마침내 행하심을 머리 숙여 은미 합니다. 끝까지 인내와 현명하신 용기는 또 한번 밝아오는 대한민국의 무거운 십자가를 국민들은 존경과 신뢰로 각하께 드릴 것입니다.


저는 서울특별시 성북구 쌍문동 208번지 2통 5반에 거주하는 22살 된 청년입니다. 직업은 의류계통의 재단사로서 5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읍니다. 저의 직장은 시내 동대문구 평화시장으로써 의류전문 계통으로썬 동양 최대를 자랑하는 것으로 종업원은 2만 여명이 됩니다. 큰 맘모스 건물 4동에 분류되어 작업을 합니다. 그러나 기업주가 여러분인 것이 문제입니다만 한 공장에 평균 30여명은 됩니다. 근로기준법에 해당이 되는 기업체임을 잘 압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근로기준법의 혜택을 조금도 못 받으며 더구나 2만 여명을 넘는 종업원의 90% 이상이 평균 연령 18세의 여성입니다.


기준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써 어떻게 여자에게 하루 15시간의 작업을 강요합니까? 미싱사의 노동이라면 모든 노동 중에서 제일 힘든(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노동으로 여성들은 견뎌내지 못합니다. 또한 2만 여명 중 40%를 차지하는 시다공들은 평균연령 15세의 어린이들로써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장기에 있는 이들은 회복할 수 없는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인 것을 부인 할 수 없읍니다. 전부가 다 영세민의 자녀들로써 굶주림과 어려운 현실을 이기려고 하루에 90원 내지 100원의 급료를 받으며 하루 16시간의 작업을 합니다. 사회는 이 착하고 깨끗한 동심에게 너무나 모질고 메마른 면만을 보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각하께 간구 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저 착하디 착하고 깨끗한 동심들을 좀더 상하기 전에 보호하십시오. 근로기준법에선 동심들의 보호를 성문화하였지만 왜 지키지를 못합니까? 발전도상국에 있는 국가들의 공통된 형태이겠지만 이 동심들이 자라면 사회는 과연 어떻게 되겠읍니까? 근로기준법이란 우리나라의 법인 것을 잘 압니다. 우리들의 현실에 적당하게 만든 것이 곧 우리 법입니다. 잘 맞지 않을 때에는 맞게 입히려고 노력을 하여야 옳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 기업주들은 어떠합니까? 마치 무슨 사치한 사치품인양, 종업원들에겐 가까이 하여서는 안 된다는 식입니다.


저는 피끓는 청년으로써 이런 현실에 종사하는 재단사로써 도저히 참혹한 현실을 정신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저의 좁은 생각 끝에 이런 사실을 고치기 위하여 보호기관인 노동청과 시청 내에 있는 근로감독관을 찾아가 구두로써 감독을 요구했읍니다. 노동청에서 실태조사도 왔었읍니다만 아무런 대책이 없읍니다. 1개월에 첫 주와 삼 주 2일을 쉽니다. 이런 휴식으로썬 아무리 강철같은 육체라도 곧 쇠퇴해 버립니다. 일반 공무원의 평균 근무시간 일주 45시간에 비해 15세의 어린 시다공들은 일주 98시간의 고된 작업에 시달립니다. 또한 평균 20세의 숙련 여공들은 6년 전후의 경력자로써 대부분이 햇빛을 보지 못한 안질과 신경통, 신경성 위장병 환자입니다. 호흡기관 장애로 또는 폐결핵으로 많은 숙련 여공들은 생활의 보람을 못 느끼는 것입니다.


응당 기준법에 의하여 기업주는 건강진단을 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을 기만합니다. 한 공장의 30여명 직공 중에서 겨우 2명이나 3명 정도를 평화시장주식회사가 지정하는 병원에서 형식상의 진단을 마칩니다. X레이 촬영 시에는 필림도 없는 촬영을 하며 아무런 사후 지시나 대책이 없읍니다. 1인당 3백 원의 진단료를 기업주가 부담하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전부가 건강하기 때문입니까? 나라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실태입니까? 하루 속히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약한 여공들을 보호하십시오. 최소한 당사들의 건강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정도로 만족할 순진한 동심들입니다. 각하께선 국부이십니다. 곧 저희들의 아버님이십니다. 소자된 도리로써 아픈 곳을 알려 드립니다. 소자의 아픈 곳을 고쳐 주십시오. 아픈 곳을 알리지도 않고 아버님을 원망한다면 도리에 틀린 일입니다.


저희들의 요구는


1일 14시간의 작업시간을 단축하십시오.

1일 10시간 - 12시간으로,

1개월 휴일 2일을 일요일마다 휴일로 쉬기를 희망합니다.

건강진단을 정확하게 하여 주십시오.

시다공의 수당 현 70원 내지 100원을 50%이상 인상하십시오.


절대로 무리한 요구가 아님을 맹세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기업주 측에서도 충분히 지킬 수 있는 사항입니다.







위의 편지는 약 50년 전 평화시장의 하찮은 노동자 전태일이 박정희대통령에게 올린 탄원서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합니다.

이 하찮은 노동자의 희생은 당시 수많은 지식인들에게 자괴감과 수치심을 자극하였고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유신독재의 비참한 종말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생 박종철군이 취조받던 도중 사망합니다.

수사관이 탁자를 "탁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

전두환 군부독재는 이 사건을 단순 심장마비로 은폐하려 했으나, 이는 시민들의 공분을 사게되고 결국 이 사건은 6.29선언의 기폭제가 되고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전두환 군부독재 종말의 시발점이 됩니다.





수많은 비리와 치밀한 언론통제로 민주주의가 퇴보되었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외쳤건만 이명박정부가 끝났음에도 정권교체가 무산되었습니다.

이제는 권력자들이 무슨 짓을 해도 이런 세상이 천년만년 계속될 것 같은 암울하고 무기력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제주도로 향하던 안산시 단원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크루즈배가 침몰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사고구조의 부실함 속에 304명의 어린 생목숨들이 차디찬 바닷물 속으로 수장되는 장면을 전국민이 TV생중계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가운영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었지만 세월호사건과 같은 악몽을 오래 기억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다 압니다.

그 배가 기울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이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 또한 기울어짐을 돌이킬 수 없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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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 2017-12-30 05:23:21
답글

당시 근로자들의 비인간적인 근무환경을 지금 보니 놀랍네요..

정정훈 2017-12-30 08:52:17
답글

전태일열사의 편지는 언제 읽어도 가슴이 아려오네요!
우리가 저런 시절을 살아오고 견뎌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존재할진대!
그 열매는 누가 다 가져 갔는지?
빈자는 더 가난해지고...
가진자들은 더욱 부유해지고, 가진 권력도 점점 더욱 더 견고해져서~
이 사슬을 언젠가 끊을수는 있을런지?
참으로 답답한 현실입니다~~

박병주 2017-12-30 09:00:16
답글

오랫만에 전태일 열사의 편지를 다시 접하니
정말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다는 것에
소름 끼치고 화가납니다.
그분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아니 아직도 근기법의 사각지대에서
힘들게 일하는 근로자들이 많을텐데~
노동자에게 완전한 평화는 오려나?
가슴이 답답합니다.
ㅠ ㅠ

orion800 2017-12-30 09:15:45
답글

우리 모두가 전태일 열사같은 마음가짐이 있어야 합니다.

당시 관리자들이나 업주들은 전태일 열사를 눈에 가시처럼 봤겠지요.

같은 노동자 중에서도 모두 지지를 보내진 않았을거고요.

우리 주위에 전태일 열사같은 분들이 아직 있을건데 그사람들이 내 이익과 관계가 있는

또는 나와 연이 닿는 사람을 물고 늘어지면 우린 그때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

옳고 그름이 먼저인지 내 연과 이익이 먼저인지..

적폐는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저번에 호삼님이 오랜 고심 끝에 내리신 결단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아마 와싸다의 전태일 열사라 해도 모자람이 없을 겁니다.

그게 진정한 용기고 정의라 생각합니다.

자식에게 넌 착하고 정의롭게 세상을 살아라라고 할 수 있는 자격 있는 부모라 생각합니다.

이상희 2017-12-30 09:24:24
답글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일어서질 못했습니다
울면서 본 게 들킬까봐서요...
그런데 저만 그런 게 아니고 남아서 일어서지 않는 분들이
더 있네요...

그 시대를 살았고 그 내용을 익히 알고 있기에
그들과 같이 치열하지 못했던 제 스스로가 미안해서 울고
꿈많은 젊음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한 그들이 아깝고 안타까워서 울고
영화가 세련되게 잘 빠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안에 담긴 메세지는 묵직하고 가슴을 충분히 두드립니다.

이종호 2017-12-30 10:36:23
답글

개성공단을 조디 한마디로 문닫게 한 그 힘의 원천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오까모토 미노루(다까끼 마사오)의 혼이 깃든 걸까?
조디 한마디 못벌리고 실행에 옮긴 시다바리들이 더 나쁜 좀비들이라 이리 생각되며 진정으로 함께 수장시켜 드려야 할 폐기물들 아닌지.....

김태완 2017-12-30 10:41:10
답글

좋은영화평 감사히 잘읽었습니다.^^

박병주 2017-12-30 11:16:13
답글

오날날 저녁에 보러 감뉘돠.
얘뫼 해씀돠.
ㅠ ㅠ

김일신 2017-12-30 12:22:27

    좋은 시간 되세요.
손수건은 꼭 챙기시구요!

정태원 2017-12-30 15:10:20
답글

저도 끝나고 한참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울었네요
비단 슬퍼서 운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셨으면 하는 영화네요
비교한다는 건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변호인보다 낫다고 봅니다.

박상언 2017-12-30 21:58:25
답글

버스에 올라타고 그 수많은 군중들을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이 아직도 가슴을 울립니다.

김민관 2017-12-31 10:17:18
답글

그런데 강동원 나오니 여성 관객들이 긴 한숨은 왜

orion800 2017-12-31 10:31:06

    근데 강동원이는 왜 미남으로 추대 받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정도 생긴 애들 시내 나가면 흔히 보는데..ㅋ

정우성이나 현빈급이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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