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피하려 아스팔트위로 튀어오르는 빗방울에 닿기라도 하면 큰일 나는것 마냥 발 코로 뛰다가 문득 가게 처마가 있어 급히 몸을 디밀고...안도의 한숨을 쉴라는 찰라...
가게 앞 입구 상단에 걸려있는 궤짝 타입의 조그만 스피커에서 모노로 들려오는...무심한 소리가 정신을 맑게해주는...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무심히 들려오는 음악은(클래식이든 팝이든, 가요든) 무언가 살아있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싱싱하게..
주변을 고요히 하고 심신을 잘 가다듬어 좌.우 스피커의 대칭을 완전 잘 맞추어(스피커의 양 옆면이 보이면 얼른가서 각도 조절하고) 따끈하게 뎁혀진 진공관을 통해 잔잔한 울림을 들으면..산울림의 김창완이 마치 기기 가운데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처럼 스테이징 감이 살아나기도 하고, 또는 교향곡을 들으면 뒷쪽에 편성된 작은 떨림의 소리도 가만히 들려오면 가벼운 전율이 일어 나기도 하지만...
저는 불완전한 소리지만 싱싱한 전자의 소리를 더 좋아하는 편 입니다.(물론 그렇다고 좋은 환경의 리스닝은 싫다..라는 개념은 아닙니다만..)
예전에 바꿈질한다고 대구분과도 중간쯤에서 조인하고, 파주 보광사란곳에도 가보고..한강 맨션도 가보고...
그런데 이제는 기기에 대한 애착이 사라진건지 더 좋은 기기, 더 더 더...이런 마음은 안 생기더라구요..(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투자금이 없음입니다.)
그래서 여러 기기를 들이고 또 바꿈질도 하시고 있는 일진 으르신의 마르지 않고 닳지 않는 보다 더 완벽한 음악에 대한 갈증에 따른 추구는 참 본받을 점이라고 느껴집니다.
지금은 있는거나 충실히 잘 들으면 좋으련만..하는 마음이 더 생깁니다..
아시는분이 LP를 보내준다고 하면..."됐습니다..지금 있는것도 죽는날까지 둬번이나 들을지 모르니깐여"..라고 하곤 합니다.(여기서 LP를 거절하고 있는 아시는분에는 삼봉녕감님은 제욉니다.)
여튼 보잘것 없는 기기도 제 능력만큼 발휘할 시간을 주지 못하는 점은 기기가 주인을 선택할 수 없는 문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늦가을에 재즈LP 돌리고 와인한잔 하면..어떤 기기든 나름 제 몫은 한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