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9월의 해맑은 아침인 오늘, 그들은 하버드 의대 신입생으로서 한자리에 모였고, D룸에 앉아 커트니 홈즈 학장의 환영연설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홈즈 학장은 로마동전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외모로,마치 태어날 때부터 탯줄 대신 금시계줄을 옆구리에 차고 나온 것 같은 위엄있는 자태를 보이는 사람 이었다.
따로 침묵을 요구할 필요없이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해도 신입생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여러분”
이렇게 그는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은 의학을 향한 위대한 탐험을 위해 선발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아직 풀지 못한 고통과 질병의 영역을 찾아 각자의 탐구를 시작할 것입니다. 여기에 모인 여러분 중에서 백혈병, 당뇨병, 전신낭창, 그리고 악성 암세포에 이르기까지 – 그 치료법을 발견하는 누군가가 나올 지 모릅니다”
그는 잠시 의도된 침묵으로 정적을 연출한 다음, 창백할 정도로 파란 두 눈을 반짝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물론 감기까지 포함해서”
그 말에 탄성과 웃음이 장내에 터졌 나왔다.
은발의 학장이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숙이자, 학생들은 긴장감 속에서 주의를 기울였다.
불현듯 고개를 든 그는 좀 더 부드럽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다시 연설을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더 부드러웠고 한 옥타브 쯤 더 가라앉아 있었다.
“여러분들에게 비밀 하나를 공개하는 것으로 얘기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좀 민망할 지 모르지만”
뒤로 돌아선 그는 칠판에 뭔가를 썼다 간단한 숫자 두 개- ‘26’ 이었다.
학생들은 어리둥절해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그대로 있던 홈즈는 돌아서 숨을 가다듬고 학생들을 주시했다.
“여러분, 이 숫자를 머릿 속에 새겨두십시오. 지구상에는 수 천가지의 질병이 있지만, 의학적으로 치료법이 개발된 것은 26가지 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가 짐작일(추측) 뿐입니다 ”
그것으로 그의 연설은 끝이었다.
연설을 마친 그는, 군인같은 절도와 체조선수같은 우아함으로 강단에서 내려와 강의실을 나갔다.
학생들은 얼이 빠진 듯 박수치는 것도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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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성 제목을 올려 죄송합니다 만 이 소설은 러브스토리 의 작가 에릭시걸이 세계적인 작가가 된 이후에 쓴 의학소설입니다
제목은 닥터스 (한때 유명했었죠)
먼저 윗 내용이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라는것을 뒷받침할 2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하나는 이 소설을 읽고 독후감을 쓴 어느 의대생(한국) 의 블로그를 발견했는데
내용이 이렇습니다
[의대에 진학해 여러 군데에서 듣는 바에 의해, 또는 의학개론 수업을 들으면서, 의학이란 것이 얼마나 기계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그나마 기계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 낼 수 있는 질병 또한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었다. 그리고 내심 놀랐었다. 뭣도 모르고 꿈만 많던 시절엔 의사가 얼마나 대단해 보이고 병원에 가서 주사만 맞으면면 병 따윈 스르륵 사라지는 줄 알았다. 그렇게 몰랐었다. 그리고 그렇게 의사가 높게만 보였다. 그런데 이렇게 책에서, 수업에서는 나에게 자꾸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의사 스스로 완치해 낼 수 있는 병은 고작 26개에 불과해.” 라고. 알고 있었지만 새삼 놀라서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보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인정해야할 현실 뿐이었다. 끝없이 연구하고 나아가야할 한계 속의 의사 말이다.]
이 블로그 주소 http://www.teachingi.co.kr/study/report/57735
수천개의 질병중에 26개면...
질병의 전체수가 몇쯤 될까요 계산하기 편하게 2천6백개라고 한다면
치료법이 개발된것은 1% 군요
질병수가 5천개라면 0.5% 구요
당시에 26면 지금은 얼마나 늘었을까요...
그리고.. 새로 생겨난 병들은 또 얼마나 많아졌을까요
.. 이 내용이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라는 2번째 이야기는.
저에게 이책을 읽어보라고 준 사람도 의사였습니다 (당시엔 의대생)
저의 친 시스터가 가 사귀던 사람이었어요
그분이 이책을 건네면서 해주는 얘기가 흥미로웠는데
미국에서 자살을 가장 많이 하는 직업이 의사라고 하더군요
그것도 대부분 마약으로 자살을 한데요
이유는. 자신이 중병에 걸렸을때 의술로 치료할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때문에 고통없는 죽음을 그렇게 선택한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