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샌 거의 보지 못하고 있지만 한동안 개미 책을 많이 들여다 봤습니다.

계기는 베르베르 베르나드의 개미였지만, 최재천교수나 로랑 켈러의 개미에 대한 전문적인 책도 보고, 인터넷에서도 시각적인 정보를 얻으며 참 신기해했던 동물입니다.

이번에 붉은개미 기사가 자주 뜨다보니 자연스럽게 예전에 읽었던 개미에 대한 내용이 다시 떠오르더군요.



책에도 언급되었던 내용이지만 지구의 정복자는 인간인가에 대한 의문도 생뚱맞게 느낄 수도 있지만 설명을 들어보면 끄덕일 수도 있을겁니다. 



인간이 문명이라는 것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만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이전에도 도구를 사용하고 불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다른 동물과 현저한 차이를 나타낸 것은 그런 기간들까지 포함한다 하더라도 지구의 역사에서 아주 짧은 시간일 뿐이고, 굳이 표현하자면 신흥세력, 졸부(이런 표현은 다른 학자가 한 것입니다 ^^)에 지나지 않습니다.



개미는 1억년전에 지구에 나타나서 적어도 6천만년 이상을 성공적으로 번성한 생물입니다. 당장 붉은개미를 보더라도 한번 정착한 개미를 박멸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개미는 종도 많을 뿐더러 개체수도 산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을 만큼 지구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생물입니다. 혹자는 개미의 총 개체무게합(1경마리)이 인간의 개체무게(70~80억명)보다더 더 크다고할 정도입니다(물론 개미의 개체수를 센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학자별로 수천억마리~ 10경마리까지 다양합니다).



자, 그럼 왜 우리가 밟고 지나가는 개미가 지구의 정복자이고, 외계 문명의 시각에서 개미사회를 하나의 문명으로 볼 수 있는지 간단하게 요약해보겠습니다.



개미는 분업을 합니다. 여왕개미, 일개미, 수캐미로 나누지만 이들이 하는 일들은 훨씬 분화가 많이 되어있으며, 무엇보다도 각 개체는 독립적으로 자기일을 완수합니다. 여왕개미는 인간이 생각하는 통치자가 아니라 종족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자기 역할을 하는 독립체이며 다른 일개미, 수캐미들도 그렇지만 철저하게 자가조직의 원리에 따라 이상적으로 행동합니다.

개미는 건축을 합니다. 개미집은 모양도 크기도 다양하고 무엇보다도 내부 온도와 습도가 최적화된 건축물입니다. 

개미는 농사도 짓고 가축도 키웁니다. 일부 개미는 나뭇잎을 수확해와 버섯을 재배하여 먹이로 삼고, 재배하고 남은 쓰레기는 따로 집밖으로 모아놓습니다. 진딧물을 보호해주고 천적을 막아주는 얘기는 아실테고, 어떤 개미는 진물을 먹는 곤충유충을 아에 밤에는 개미집으로 옮겨놓다가 낮에 다시 먹이활동을 하라고 내놓기도 합니다. 

개미는 전쟁도 합니다. 집단적으로 다른 개미집으로 들어가서 약탈도 하고 전쟁도 합니다. 먹이 뿐만 아니라 알, 유충도 잡아와서 일을 시킵니다. 심지어 노예개미가 있으면 노는 개미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개미는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언어와 다르게 개미에게 필요한 의사소통을 호르몬 등을 이용해서 합니다. 베르베르의 소설에 외계인은 겉모습에 속지 않고 개미와 소통을 시도할 거라고도 나오죠.



인간과 같이 고도의 기계문명, 문자문명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들의 생존에 필요한 만큼의 문명은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대멸종 시기를 버텨내고도 아직도 번성하고 있는 개미와 불과 만년을 번성한 신흥세력 인간... 앞으로 백만년 후에 인간이 살아남을지는 모르겠지만 개미는 분명 살아남아서 여전히 번성할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