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나들이 갈때엔 주로 버스를 타고 다시 전찰로 타서 갑니다.
구포에서 여기가지 하루 네번 오갑니다.
시간만 맞추어서 나가면 운전해서 가는 것 보다 편합니다.
몇달전 안테나 세운다고 시멘트와 길다란 수도파이프 가지고 탄다고 버스기사와
친해져서 타고 내릴 때마다 인사도 합니다.
제가 사는 곳이 종점은 아니지만 거의 제가 첫 승객입니다.
그래도 맨 앞 자리 몇개는 다음에 타는 할머니들 위해 남겨두고
뒷자리로 갑니다.
운전석 옆 맨 앞자리는 다음 정루소에서 타는 어떤 아주머니 지정석입니다.
그 아주머니는 탈 때마다 대추며 산딸기며 조금씩 가져와서 기사에게 줍니다.
한번은 휴대폰 집에 두고 왔다며 다음 버스편으로 가져다 달랍니다.
기사님은 마치 심부름꾼인양 혼쾌히 가져다 주겠답니다.
며칠 전 그 아주머니자리에 웬 아저씨가 앉자 있었습니다.
그 아주머니가 타니까 기사가 오늘은 이 자리 양보해주시고 뒷자리 앉으세요.
그리고는 그 낯선 아저씨 소개를 합니다.
박기사님이 그만 두셔서 내일 부터 나와 교대로 이 버스를 운잔할
기사님이라고 소개하니 그 시림은 일어나 뒤를 보고 잘 부탁 한다고 인사를 합니다.
새로 올 기사에게 차를 타고 가면서 정류소며 길이며 과속방지턱등등 길을
가르쳐줍니다.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타는 것 까지
이 커브는 위험하니 일단 정지하고 가야되고
이 곳은 비오면 물이 괴는 곳이니 조심해야되고
정류소는 저긴데 할머니 한분이 집 들어가는 골목인 여기에서 기다리니
여기에 일단 정지해서 할머니 태워야 하고
정류소 별 시간 계산 까지 해줍니다.
부산 근처에 가면 출퇴근 시간에 밀려서 강서 구청 앞에서 불법 유턴하는 차들 많은데
출퇴근 시간엔 배차 간격을 20분 더 주니까 그럴 필요 없다고
시내버스처럼 배차시간 쫓길 필요 없으니 할머니들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려야된다고
일러주기도 하고
시골 버스 기사도 신경 쓰는 게 많구나 생각했습니다.
가끔씩 앞뒤에서 승객들끼리 나누는 얘기도 엿듣습니다.
가까운 이웃 마을 사람들은 버스안이 만나는 장소인듯 합니다.
아는 사람이 타면 좋다고 인사하고 수다를 떱니다.
얼마 전 할머니 둘이 하는 얘기
버스 안에서 만나자마자 대뜸 하는 말이
야 너그 영감 죽었제?
응 보름 전에 죽었다 어째 알았노?
아프다더니 안보이길래 병원 입원 햇나 죽었나 했다.
근데 와 연락 안했노?
영감 죽은기 뭐 대수라고
다 죽을 낀데
나도 죽으면 마누라가 저랫으면 맘 편하게 죽을 수 있겠다 생각했지요..
승객은 몇 안되지만 버스안은 항상 시끌시끌 합니다.
아침 첫차에는 짐이 많습니다.
특히나 구포 장날에는 장에 내다 팔 것들로 가득합니다.
옛날 신작로처럼 길이 울퉁불퉁 하지도 않은데
대신 수없이 많은 과속 방지턱땜에 시골버스는 옛날 신작로 달리듯
덜컹거리며 달립니다.
오늘도 부슬부슬 내리는 빗길을 이 덜컹거리는 버스 타고 출근했습니다.
수요일 오후 금요일 하루 이렇게 두번 출근합니다.
작년 까지만 해도 반백수였는 데
지금은 반의 반 일하니 거의 온백수에 가깝습니다.
덕분에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삽니다.
제가 사는 여차리에서 구포시장까지 가는 73번 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