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 중림동에 외근이 있어서 나갔다가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인 덕수궁에 가보았습니다.
영국대사관이 점거하며 60년 동안 막혀 있던 덕수궁 돌담길 구간을 보러 갔는데요.
말뚝이 세워진 부분에 본래 60년 동안 문이 막혀 있어서 사람들이 들어갈 수가 없다가
문이 철거되면서 길이 개방됐습니다.
개방된 길 왼쪽에 붉은 벽돌 벽은 영국대사관 담장이고 오른쪽 돌담은 덕수궁 담장입니다.
개방된 구간의 덕수궁 담장은 높이가 아주 낮아 손을 뻗으면 담장을 만질 수가 있습니다.
덕수궁 돌담 다른 부분이 사람 키보다 아주 높은 것과는 색다른 모습입니다.
개방된 구간은 약 100미터 정도로 걸어가다 보면 영국 대사관 철문에 의해 막힌 곳이 나옵니다.
저렇게 덕수궁 돌담길이 중간에서 끊겨 있는 것이지요.
이번에 개방된 구간을 걸으면서 영국대사관이 도대체 무슨 피해가 있다고 저 곳을 60년이나
막아놓았나 싶었습니다.
새로이 개방된 구간을 나와서 지하철 시청역으로 걸어가노라니 덕수궁 돌담길 맞은편에 육중한
돌담이 또 보입니다. 덕수궁 근처에 갈 때마다 항상 보게 되는 모습이죠.
'Habib House'라 불리는 주한 미국대사가 사는 관저입니다.
사진에는 전체 돌담의 극히 일부만 보이는 것인데요. 미국 대사가 도대체 저렇게 넓은 집이, 그것
도 덕수궁 바로 코앞에 왜 필요한가 의구심이 듭니다. 대원군이 조선 천지의 권력을 한 손아귀에
쥐고 있던 시절 살았던 운현궁보다 2배는 넓을 것 같습니다. 운현궁이 과거보다 영역이 축소됐다
고는 하지만 미국 대사 한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서는 운현궁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독립국가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씁쓸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