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은 정말 잽싸게 찾아오는 군요
며칠 전 타계한 조동진의 노래 가사가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이번 주는 바빴습니다.
손자 녀석 보러 서울 갔다가
돌아 오자마자
이종 사촌 누나 가 돌아가셔서 다시 서울 다녀 왔습니다.
나랑은 나이 차가 많지만 워낙에 친척이 없던 터라 어릴 적 친하게 지냈습니다.
마지막 만난게 언제 인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내가 전국 떠돌기 전 본게 마지막이었지 싶으니 이십년이 훨 지난 시간입니다.
그게 마지막 만남이었다고는 상상도 못했겠지요.
내가 모든게 정리되어 돌아 온게 십년 정도 되는 데도
그 동안 사촌누나는 조카들 따라 서울로 이사가고
곧 이어 아프다는 소식 그리고 치매에 걸려 고생한다는 소식
그래서 어머님 돌아가셨을 때에도 만나지 못하고 조카들만 왔더군요.
살면서 이게 마지막 만남이란 생각을 하고 살지는 않지만
가끔 지나고 나서야 아 그게 이별이었구나 하는 만남이 꽤나 많습니다.
이틀 전에는 첫만남이 있었습니다.
한 달 된 손자 보러 서울에 갔었지요.
자다가 배시시 웃는 모습, 배고프다고 울고, 날 빤히 쳐다보며 입을 옴지락거리는 것도 잠깐이겟지요.
계절이 이렇게 쉽게 오가듯 아이는 빠르게 커갈 거고
나는 그만큼의 속도로 늙어 가겟죠.
그래서 사람들은 그렇게 바삐 오가나봅니다.
이 아이 엄마인 작은 녀석도 이렇게 어린 시절이 있었고 그것이 그렇게 오래 전이 아닌 것으로 기억되는데 벌써 아이 엄마라니
내일부터 등교도 해야하는 데
첨엔 휴학을 하려다가 아내가 육아 도와 줄테나 그냥 학교다니라고 해서 내일부터 학교 갑니다. 시어머니도 도와 주겠다고 했고
물론 우리는 멀어 사돈들이 더 고생이겠지만
오래전 이 게시판에 이 딸애의 진학문제로 상담글을 올린 것 기억하시는 분 있을 라나?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 할 무렵 미국의 대학과 카이스트 두고 고민 하던 아이 땜에
결론은 작은 녀석의 생각대로 카이스트로 진학 했지요.
미국 대학은 아빠가 감당 할 만한 금액이 아닌 듯 하다
그리고 그보다는 지금 한국에 가고 싶다는 게 이유였지요.
그러면서 지금 돈이 들지 않는 대신 나중에 대학원 갈 때 아빠가
좀 도와달라고 했는데..
대학 졸업하고 직장 다니다가 작년에 직장 그만두고
치대에 편입해서 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대학 진학 때 한 약속을 지켜야 하는 데
그 사이 시력 땜에 일을 그만 두고 나니 아이 학비를 도와 줄 형편이 못되어 약속 지키기가 힘들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그 약속 잊은 듯 보이긴 하지만
그 때는 그 까짓것 했던 일이 이젠 내게 버거운 일이 되어 버렸으니 불과 몇 년 사이에..
산다는 일은 참 알수가 없네요.
어린 아이가 이렇게 자라 아이 엄마가 되고
풀들이 하루 밤새 해바라기처럼 커버리듯
토요일 이런 저런 생각하며 음악 듣고 있습니다.
슈만의 Frauenliebe und leben 여인의 사랑과 생애입니다.
슈만이 클라라와 결혼 하기 직전 클라라를 위해 만든 곡입니다.
브리짓드 파스밴더가 담담하게 불러 주는 데
이 사람이 부르는게 참 좋습니다.
격하지 않게 그렇다고 감상에 치우치지 않게
내 나이 쯤의 여인이 지난 생을 회상하며 담담하게 부르는 듯한 느낌이 좋습니다.
아내도 이 노래를 좋아해서 언젠가 한번 배워 보겠다고 벼르더만
아내가 손자 본다고 멀리 있는 사이 혼자 듣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