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식이라네요.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서 끄적거려 봅니다.
과거 다녔던 직장은 여름휴가가 9일이라 매년 여름휴가가 되면 으례껏 혼자 전국일주를 했었습니다.
주로 경남 함안에서 출발해서 해남 땅끝마을 찍고 변산반도까지 올라가서 일몰을 구경하고 동해안으로 종단한 후 남하하는 코스를 2박 3일로 다녀오는 강행군이었습니다.
집사람도 한 번 데리고 갔었는데, 다시는 같이 안 간다고 선언을 해서 한 번을 제외하곤 15~6년 동안 줄곧 혼자였습니다.
아무튼, 차를 몰고 여행을 출발하면 김영삼정권까지는 경남과 전남의 경계는 따로 표지판이 필요없을 정도였습니다.
4차선 고속도로가 2차선으로 갑자기 줄어드는 곳이 전남의 시작이었으니까요.
어쩌다 광주를 경유하면 마치 시골마을같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었던 시기였습니다.
참 아이러니한 건 그럼에도 저는 그런 차이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그냥 다녔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김대중정권으로 바뀐 다음에 떠난 여행에서 어느 새 낡은 4차선 고속도로가 끝나고 깨끗한 4차선 고속도로와 작은 시골마을 입구에 조성된 아름다운 전경을 보고는 감탄하고 경상도의 낡은 도로에 격세지감을 느끼면서 '이래서 서로 자기 동네에서 대통령이 나오길 바라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비로소 도로가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느끼게 된 것이지요.
얼마나 둔했으면......
그렇게 김대중정권이 끝날 때는 동.서의 도로망이 거의 비슷해졌던 것도 기억합니다.
노무현정권에서는 양쪽 모두가 공평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
김대중정권에서 경상도 사람들 대부분이 욕을 했던(그 당시 항간에는 경상도 돈 전라도에서 다 쓸어간다는 말이 무수히 돌았죠.) 이유가 대충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으면서, 동시에 그 이전 정권에서 상대적 차별은 생각하지 않는 게 조금 안타까워 '이제는 공평해졌다'는 말을 했던 게 지금도 사람들이 제게 "빨간 물"이 들었다는 말을 하는 출발이 되기도 했겠네요. ㅋㅋ....
아, 억울해!!
돌이켜보면 경상권에서 노무현정권이 그다지 인기가 없었던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전라권에서 노무현정권에 대헤 배신감을 가졌던 이유도 여기에 있을 듯 싶구요.
그렇게 보면 노무현정권도 정치꾼들의 야바위 짓에 당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모두가 자기 편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말입니다.
벌써 수십년 전의 이야기였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