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농가주택 정리와 쏠쏠한 재미 |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 |
2017-07-29 12:46:46 |
|
|
|
|
제목 |
|
|
농가주택 정리와 쏠쏠한 재미 |
글쓴이 |
|
|
이정석 [가입일자 : 2013-01-27] |
내용
|
|
언젠가 시골 농가를 구했던 글을 올린적 있습니다.
제가 농가를 구하는 기준은
1. 고속도로와 10분 이내 접근 가능
2. 생필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는 곳
3. 의료기관이 10분~20분 거리에 위치할 것
4. 목조 흙집일 것
등 등인데,
100% 맘에드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건 근접한 조건의 집을 하나 구했더랬습니다.
농가는 1971년 신축한 것으로
동네 목수와 가족들이 직접 선산에서 나무를 구해 지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46년이나 된 흙벽이 단 한군데도 금이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크기는 4.2m * 16M이니 약 20평 남짓이 되겠네요.
여기에 옆으로 뒤로 달아낸 방이 2개가 더있어
8명의 대가족이 살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이집에 거주하셨던 할머니가
8년전 장남집으로 떠나(2년전 작고하심)
지금까지 빈집으로 있었기 때문에
공간이 있는 곳에는 들고양이나 들개들의 아지트가 되어있었습니다.
각종 살림살이와 땔감이 가득한 창고에는
여러마리의 고양이 사체와 쥐똥 등이 엄청나게 쌓여있었는데
그것 치우느라 엄청 애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자기네 필요한 것만 빼가고
수십년동안 할머니가 사용하시던 살림이 그대로 있었기 때문에
각종 가구, 이불, 그릇 등을 치우는데
엄청난 시간과 땀이 필요했습니다.
식구가 얼마나 많았는지
냉장고만 5대, 세탁기 2대, 책상 4개, 이불 20채 이상이었고
장손집이라 그런지 상복만 100벌 이상 쌓여있었습니다.
그리고 쏘시개용 나무 4대 분량(1톤트럭기준),
장작 4대 분량 등 부러진 숫가락 한개도 버리지 않는
옛날 어른들 집답게 온갖 잡동사니가 대략 20트럭 정도 쌓여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잡동사니를 치우다가 발견한,
01. 풍무(풀무) 2대
02. 숯다리미
03. 다듬이와 방망이
04. 61년 생산 금성 라디오
05. 70년 초반 생산 대한전선 선풍기(풍력이 장난이 아님)
06. 돌절구
07. 갈퀴3개(대나무로 만들어 엄청 튼튼하고 좋음)
08. 지게 3개
09. 항아리 약 30개
10. 홀테(옛날 나락 훒을 때 쓰던 농기구)
11. 무쇠 작두
12. 대장간에서 만든 괭이와 식칼
등 등,
수십점의 생활골통품을 얻었습니다.
여기에 장롱속에서 나온 60년 전의 할아버지 사진(갓쓰고 도포입은 사진과 자식들 결혼사진,
성적표, 졸업앨범 등은모두 챙겨서 원주인게 돌려주었음)
또한 마루와 선반을 뜯어내니
일반 송판이 아니고 2cm 두께의가중나무(참죽나무라고도 함)였습니다.
또다른 망외의 소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중나무로 만든 가구는 벌레도 쏠지 않으면서
시간이 갈수록 붉은 빛이 강해져서 최고급 목재로 평가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셀프 스피커 통이나 한개 만들어 볼까 생각중입니다.
물론, 나무가 너무 단단하여 적합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지난 몇달동안 틈틈히 집을 치우고
이제는 본격적인 수리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요즘 이슈가 되고있는 텃세 때문에 난감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실감하지 못할 거의 막무가내성 억지가 많습니다.
10사람 중 7~8명은 괜찮은데 꼭 2~3명이 문제가 되더군요.
도회지는 비록 이기적이긴해도 계산이 분명하거나 명확한데
시골은 절대 그렇지 않아서 어떻게 파악하고 대처해 나가야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대를 이어 사는 사람들을 탓할 수는 없고
어떻게든 그곳의 정서와 인심에 맞추어 동화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버리면 그만이겠지만
시작도 안해보고 그런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아무튼 장마도 끝났으니 본격적인 수리작업에 돌입해야 하는데
거의 -자형 농가를 어떻게 수리하고 공간배치를 해야할지 생각이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 농가주택 표준설계도를 보고있는데
그것도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스스로 설계도를 그려보고 있는 중입니다.
고물 오디오를 수리하고 조정하고 기쁨을 얻듯,
46년 된 흙집을 수리하고 고쳐쓸 기대와 희망도 많습니다.
어떻게 완성될진 모르지만,
훗날 그 과정을 다시 한 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을 쓰면 맨날 길어져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