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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7-07-20 00:46:12
추천수 18
조회수   1,387

제목

오늘의 일기

글쓴이

조영석 [가입일자 : 2005-08-19]
내용

다른 곳에 썻던 내용을 옮기다 보니 경어체가 아님을 양해 바랍니다.



며칠 전부터 어머니는 손바닥과
-모래를 쥔 것처럼 감각이 둔하다고 아우성- 허리를 잘 주무르는 병원이 있다 하니 그 병원에 가잔다.




어머니가 건네 준 쪽지에 적힌 병원을 찾아보니 우리 집과 조금 멀리 떨어진 요양병원이다. 노인정에서 만난 어떤 할머니가 자신이 이 병원에 3개월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는데 못 걸었던 자신이 걷고 되었다고 자랑을 하더란다.


어머니는 그 할머니에게 어떻게 치료하던가 물어보니 손으로 허리를 지압하듯이 누른다고 했단다. 이게 뭔가 찾아보니 도수치료라고 한다.




이런 좋은 소식을 들었으니 우리 어머니 당연히 그 병원에 가 봐야 한다.


그 할머니가 보행에 불편한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어떤 병이었는지,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 할머니가 나았다는 게 중요할 뿐이다.




어머니는 누군가 어디서 효험을 봤다면 당신도 거기를 어떻게든 가 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리고 항상 하는 이야기, 나도 진즉 그렇게 해 보고 싶었다. 이게 참,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는 게 그렇게도 많을까. 암에 걸린 사람이 아무런 말에나 귀 기우리는 것과 같다.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 그 할머니는 났다지 않는가.




우리 5남매들 중에 어머니를 이길 수 있는 자식이 없다. 우리 집은 적어도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는 게 아니라 이 어머니를 이기는 자식이 없다. 자기는 기어이 그 병원에 가서 손으로 주물럭거림을 받아야 자신의 병이 낫는다는, 그래서 걸음을 예전처럼 걸을 수 있다는 생각이 벌써 가득 차 있다.




그 요양병원으로 가면서 어머니에게 들으니, 이 병원에서 나았다는 할머니 조카가 이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할머니가 꼭 그 조카에게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게 문제였다.


병원에 들어가 보니 일단 사람이 없다. 이게 또 중요하다. 어머니는 병원에 사람이 없으면 그 병원을 무시한다. 실력이 없으니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게 꼭 틀린 말은 아니어서- 요양병원에 무슨 사람이 그렇게 많겠는가.





전에 수술을 세 번 했는데 전부 같은 병원에서 했다. 이 지역에서는 제법 유명한 병원이라서 항상 환자들로 붐볐다. 의사가 수술을 잘 하는 것이 병원 선택 기준이 아니다. 사람이 얼마나 북적거리느냐가 중요하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진료실이 세 개인데 그 중 한 진료실에 들어갔다. 어머니가 그 의사에게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어디 아프다가 아니라 혹시 어디에 사는 조카가 있소? 없는데요. 의사의 답변이다. 그러면 이 의사는 그 할머니의 조카가 아닌가 보다.




의사가 엑스레이를 찍으라고 해서 밖에 나와 대기하던 중 간호사더러 그 조카를 찾아 달란다. 간호사가 힘들다고 말하니 어머니는 진료실마다 문을 열어보고 어디에 사는 조카가 있느냐고 물어 본다.




왜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어도 요지부동이다. 여간해선 이 할머니를 말릴 수 없다.




결국 그 조카 의사를 찾지 못하고 엑스레이 결과를 보러 아까 그 진료실로 다시 들어갔다. 의사는 엑스레이를 판독하고 난 후 도수 치료를 받으려면 수술한 병원에서 찍은 MRI 사진을 가져오란다.



그때 어머니가 한 말, 여기서 다시 찍으면 돼지.



정말 이 할머니 좀 봐. 그게 얼만데 또 찍어요. 찍은 지 두 달 밖에 안됐는데.




의사가 자신의 병원에는 MRI 기계가 없다고 말하자 어머니는 매우 실망스런 눈치다. 무슨 병원이 MRI 기계가 없어? 병원이 작은가보네.




수술병원도 아닌 요양병원에 무슨 MRI 기계가 있으랴.




병원에 손님이 없어 약간 무시하려던 참에, 기계도 없다 하니 어머니는 병원을 완전 무시하기로 했다. 이런 병원에서는 치료 받을 수 없다.




그러게 뭐래요? 제발 노인정에서 할머니들이 한 말 좀 듣지 마시라니까요.


이놈의 노인정을 없애 버리든지 해야지. 아들은 이런 독백을 하루에도 수없이 되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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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일진 2017-07-20 06:16:02
답글

모친이 건강하시길 빕니다~

조영석 2017-07-20 10:42:25

    ㅎ 보행에 좀 문제가 있지만 건강하십니다.

이민재 2017-07-20 10:24:51
답글

어머니가 살아 계시고 건강하시니 투정(?)도 하시고 그러십니다. 살아 계실때 또한 살아 계시니 이 얼마나 행복하지 아니합니까. 저는 행복이란 아주 가까이 있다라는 것을 절감하는 나날들입니다.

조영석 2017-07-20 10:42:54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소한 행복이지요.

이종호 2017-07-20 10:52:47
답글

울 엄니께서도 그러십니다....ㅡ.,ㅜ^
집근처 가까운 병원이 있는데도
굳이 어디가 용하다더라...하는 소리에 혹해서
굳이 2시간이 넘는 시간을 버스를 타고
걷고 해서라도 금호동 병원을 가시는데
이게 문제인게 진통제를 처방해서
반짝 효과만 있고 2 ~3 일지나면 또 통증이 오고

이러길 1년 가까이 다녀도 효과가 없음을 인지하고는
이젠 집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주 많이 좋아지셨다는 아이러니가....ㅡ.,ㅜ^

조영석 2017-07-20 23:34:48

    이게 노인들의 특성인 것 같습니다.
어디서 누가 나았다하면 그 병원으로 줄줄이...

스테로이드 처방만 하다 사람 여럿 잡은 병원도 있더군요.
그 병원 의사 자신의 어머니한테는 그렇게 처방하지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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