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할 "스모킹건"으로 안종범 수첩에 기대를 걸었던 특검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특검측은 재판부의 이같은 결정에 "안종범 수첩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삼성 변호인단은 "재판부 판단처럼 면담이나 독대 과정에서의 대화 내용을 직접적으로 증명할 만한 증거가 되지 않는다"며 "장시간 진행된 공판을 돌아보면 이 부회장의 부정 청탁이 있었는지를 입증할 만한 내용이 뭐가 있었는지 반문할 수 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가 안종범 수첩을 정황증거로 채택한데 대해 이은상 서울중앙지법 형사공보판사는 "안종범 수첩이 간접증거로 채택됐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정황증거가 직접증거에 비해 증거효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이틀간 진행된 안 전 수석에 대한 증인신문에서는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특검은 수첩에 "이재용, 삼성, 국민연금, 재단" 등의 단어가 기재되어 있다는 점을 들며 이 부회장이 독대 자리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도와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최순실, 정유라, 삼성승계, 중간금융지주사" 등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부정 청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이 없다고 반박했다. 안 전 수석은 "박 전대통령이 말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적는 방식으로 수첩을 작성했다"며 "삼성승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과 관련해 삼성을 도우라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