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주도하는 경제는 평균생산성이 지금보다 당연히 높아지겠죠.
일단 단순 노무직은 거의 인간이 필요 없다시피 될 것이고, 소수의 인간 관리자 만이 살아 남을겁니다.
당연히 구직장벽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테고, AI에 의해 크게 늘어난 부가가치는 AI의 소유/관리자인 자본가가 독차지 하게 될 것은 명백합니다. AI에 의해 인간 전반의 복지가 향상된다는 피사리데스 교수의 의견엔 절대 동의할 수 없네요. 고도로 준비된 일부 사람과 기득권을 가진 자본가만 살아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먹다 흘리는 부스러기에 만족해야죠. 부스러기를 줍는 기회라도 얻는 사람들은 그나마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생활이라 믿게 되겠지만, 결국 지금 쓰레기통을 뒤지는 노숙인과 다를 바 없는 인생이 됩니다.
완전자유경제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AI에 의존한 산업에는 절대 인간성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인간적인 정부가, 향후 비인간적인 힘에 의해 뒤집어질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야죠. 전에 강봉희님과 한참 이야기 나누었지만, 루즈벨트와 같은 정책이 왜 한계에 부딛쳤습니까? 결국 아무리 선한 의지를 가진 잘난 인간이라도 시간을 이길 수 없거든요. 시장은 올바른 마음을 가진 소수의 지도자보다 오래 살아 남아 왔습니다. 과도기적 혁명정부가 과도기로 끝나버리면 허망함과 헛된 희망만 남습니다. 당장 고통이 있더라도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혹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법제도로 시장의 갈 길을 잡아야 합니다. AI의 적용 분야를 법적으로 한정하는 산업윤리강령을 만들어 전 세계적인 동의를 얻어내야 합니다. 지금 인간 체세포 복제와 같은 분야도 이미 실용성은 입증 되었지만 윤리적인 문제로 제제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케인즈 이전의 자유경제론으로 시장을 내팽개쳐두면 대다수 사람들은 소수 엘리트에 의해 지배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기술의 발전 속도는 법제도가 미쳐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빠릅니다. 그때그때 정부가 개입해서 손댈 문제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단단하게 지킬 준비를 해야 합니다. 법만 지킨다면 시장에 정부가 손을 넣을 필요도 넣을수도 없게 만들어야죠.
김영삼 정부에서 비롯된 imf 외환위기를 98년 김대중 정부 들어서면서 수습하게 된 대책이 바로 파견근로자법이었습니다. 사상 최악으로 얼어있던 경제를 활성화 하는데 성공했지만, 이 파견근로자 법의 시효가 정해지지 않은 탓에 현재의 비정규직 문제를 낳았습니다. 당시에는 모두가 그나마 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지만 이것이 20년뒤까지 발목을 잡고 있는거죠. 그 다음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쳐오며 기업가들이 살판나는 초석이 됩니다. 이렇듯 선한 의지를 가진 자가 임기중에 좋은 정책을 펼치더라도, 미래를 보는 안목이 부족하던지, 후임자들이 제대로 유지 보수를 못해주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생깁니다. 후임자들이 왜 파견근로자법에 손을 대지 못했을까요? 당연히 경기둔화가 겁나서 입니다. 당장 기업의 고용이 위축될 것이고 단기실업률이 급등할 것이며 지지율을 바닥을 헤메겠죠. 이런건 보통 차기정권에 폭탄돌리기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파견근로자 법을 폐지하고 반대로 파견금지법을 만들면 난리 납니다. 기존 노동계약의 만기 까지는 기존 계약을 존중할 수 밖에 없으므로 현재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모두 시한부 인생이 됩니다. 또한 이전까지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와 복지를 누려왔던 정규직 근로자 노조도 현재의 혼란을 빌미로 정부에게 총 공격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이후엔 노동시장이 근본부터 바뀌겠죠.
이런 과도기적 대기실업 인원을 보살피는게 정부의 일입니다. 재교육 지원과 더불어 조건부 단기 공공근로 일자리가 일단 대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취지에는 당연히 찬성하지만 방법론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당장 떡고물 던질게 아니라 좀 더 긴 안목을 보여달라는거죠. 파견근로자법 폐지, 혹은 수정이 일자리 창출보다 먼저여야 합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노동시장을 개방하는 문제나 AI에게 강제적으로 시장이 개방되는 문제나 사실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정부의 안목이 중요합니다.
누가 정치가들로 하여금 이런 욕들어 먹을 짓을 하도록 할 수 있습니까. 국민밖에 없습니다. 결과만 보고 위정자 탓을 할 게 아니라, 애초에 득과 실이 있는 정책을 냉정하게 판단해서 정치가들이 장난치지 못하게 해야죠. 이래서 정치는 딱 국민 수준 만큼이라고 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점점 더 나은 정부를 요구할 자격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사상 최고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지지율 조금 떨어질거 걱정 안해도 되요. 지금까지의 정부는 임기말에 두들겨 맞을 걱정에 언발에 오줌누기 바빴지만 지금은 좀 더 길게 보고 가도 될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말이 길어지니 또 엉뚱한 데로 새고 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