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사우나 딸린 헬스클럽에 다닙니다.
전남 광주이고요.
오늘 오전 사우나 탈의실에서 70대 할아버지 두 분의 안철수 관련 대화 내용을 엿듣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A : "안철수, 큰 일 났어, 지지율이."
할아버지 B : "너무 고지식해, 토론하는 거 보니."
할아버지 A : "민주당에서 조직적으로 흑색 선전을 너무 많이 해."
할아버지 B : "그러게 말야."
( 중략 )
할아버지 A : "그래도 들리는 바로는 샤이 안철수가 많다고 해."
할아버지 B : "너무 기죽지마. 안철수가 이길 거야. 투표 잘하자고."
타지에서 태어나 49년 살다가 아이들 고등학교 때문에 3년만 살 계획으로 광주로 작년에 이사 왔습니다.
지인도 없고 아무런 연고가 없기에 사실 오고 싶지 않았지만, '민주화의 성지'에 온다는 유일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작년 4.13.총선 때 투표를 했지만 투표를 안해도 당연히 민주당에서 당선 되겠지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날 저녁 국민의당이 싹쓸이를 하는 걸 보고 멘붕에 빠지기는 했지만요. 그 멘붕이 며칠 갔습니다.
저의 광주 거주의 유일한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었지요. 지금도 그 때 기억이 생생하네요.
저 위의 두분이 광주에 있는 연세 드신 분들의 생각를 대변하지는 않겠지요.
광주라고 해서 모든 이들이 진보적이거나 깨어있지는 않을 것이고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보수화 경향도 있을테고요.
하지만, 저 위의 대화에서 제가 충격 받은 것은 마지막 부분입니다.
"너무 기죽지마."
"너무 기죽지마."는 말이 '(노인으로서) 기죽지마'로 들리더군요.
강렬한 세대 전쟁 의지의 피력 같은 느낌이 들어요.
여러 곳에서 지적하는 대로 이번 대선은 명백히 세대 전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약간 섬뜩한 느낌이 들더군요.
말 그대로 샤이 안철수들이 이를 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샤이 OOO는 사실 자신이 OOO를 지지한다는 것이 쪽팔리다는 뜻인데요. ㅎ
여론조사가 우호적이기는 하지만 신발 끈을 다시 꽉 동여메고 꼭 투표하고 가족과 친한 친척들이라도 꼭 투표하도록 이끌고 밀어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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