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잠을 깨니 3시 조금 넘었다.
잠시 태블릿 PC를 보다가 박근혜 구속 결정 기사를 읽고 곧 다시 잠들었다.
오늘 아침 그가 끌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마침 얼마 전에 나온 글이 시국과 관련된 것이기에 부끄럽지만 인용한다.
-----------
한국의 정치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혼미해졌다. 도박꾼을 잡고 보니 유력한 검사에게 뇌물을 준 정황을 파악하게 되고, 거기서 주변을 파헤치다 보니 권력형 비리가 줄줄이 엮여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시민들은 한때 역대 정권 가운데 비교적 깨끗한 정권의 비리를 조사한다는 명분을 앞세우면서도 정확한 증거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온갖 방식으로 조롱하고 모욕을 주던 검사들이 승승장구했고, 자신들과 측근들의 주머니를 불리는 일을 하면서 권력을 남용했다는 혐의를 보면서, 또 그들 식이라면 어떻게든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를 씌울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분노했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이 부적절한 관계를 국정에 끌어들여 헌정질서를 무너뜨렸다는 증거가 믿을 만한 언론인 손에 들어가 하나둘 드러나면서, 국민이 그동안 잘 이해할 수 없었던 대통령의 말투나 소통방식에 대한 의문을 하나씩 풀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최서원보다 이 이름이 입에 감긴다)이 대통령을 등에 업고 청와대 보좌관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온갖 추잡한 비리를 저질렀고, 대통령에게 직접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국민의 절대다수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리하여 시민들은 날마다 광장으로 몰려나가 대통령의 무능력을 질타하고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을 계속 칭찬하던 종편조차 현직 대통령을 버리고 새로운 인물을 내세울 준비를 마친 듯하다.
(중략)
건국한 지 98년이 되었고, 민주주의를 도입한 지 거의 70년이 되는 동안, 4?19혁명이 일어나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곧 군사정변으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 일당이 민주주의를 다시 유린했다.
그러고 56년이 흐르는 동안 3?1만세운동의 정신과 4?19혁명의 정신은 죽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부일세력이 국가의 권력을 장악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다행히도 이 10부작의 1권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부일세력에 대한 저항이 전보다 더 분명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권력자들과 싸우는 민주세력에게 추위가 약점이지만, 젊은이들이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한 소녀상을 철거하려는 부일세력의 시도를 매서운 추위를 견디면서 막아냈다. 무지막지한 물대포에 쓰러진 민주투사 백남기 농민의 시신을 빼앗아 부검해서 사인을 ‘병사’라고 규정하여 책임을 벗어나려는 정권 차원의 음모를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이 결국 무산시키고 고인의 가족들이 무사히 장례를 치르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최순실의 탐욕에 놀아나고 망가진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려고 시민들이 대거 광장으로 모이고, 전국에서 국가의 장래를 위한 일에 너도나도 동참하는 사람들이 이제야말로 온전한 법치주의가 뿌리를 내리는 나라를 만들자고 외친다.
나는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한 덕에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여당은 장기집권을 위해 개헌을 하려고 생각했지만, 현명한 국민은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주었다. 그 덕에 국정농단의 실상도 드러나고 국회에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었다. 게다가 특검은 경제보다 정의를 앞세우면서 대통령이 관련된 온갖 비리의 실체에 다가선다. 나는 이제 우리나라의 운이 다시 한번 국민의 손에서 결정 나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일부 깨어 있는 시민만이 부일세력이 영구집권하려는 시도에 맞서거나,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이 지켜봐야 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가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국가가 망가질 대로 망가졌음을 통탄하는 시민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앞 다투어 광장에 모여 대통령의 퇴진, 하야, 즉각 구속을 외치게 되었다. 초등학생까지 최순실이 대통령과 관계를 맺으면서 온갖 비리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고, 중?고등학생들은 이런 나라에서 공부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열린 공간에서 박근혜보다 훨씬 논리적으로 연설하고 있다. 이런 힘이 지금까지 부일세력의 손에서 기울대로 기운 국운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다.
(중략)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그 동안 가슴 졸이며 선고를 기다리던 국민이 마침내 승리했다. 국민은 평화적인 “촛불 혁명”으로 나라의 주인임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갈 길은 멀다. 4.19 혁명의 성과를 박정희 군사정권에게 빼앗긴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이제 겨우 놓은 “제2의 혁명”의 역사적 머릿돌 위에 반듯한 헌정질서를 확립할 사명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기에 언제나 선의의 감시와 간섭을 해야 한다. 왕이 혁명으로 잃은 힘을 되찾으려고 도주하는 과정을 다룬 이 책을 출판하기 직전에 우리는 “제2의 민주혁명”을 평화적으로 시작했다. 어느 때보다 가슴 벅차다.
--이상 지난 3월 27일에 나온 ????왕의 도주???? 5권 “들어가면서” 발췌 인용--
모든 국민에게 좋은 일은 국민의 일부이지만 온갖 패악을 일삼은 부패세력을 정확히 척결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이제 한발 한발 좋은 나라 만들기로 나아가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