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詩를 읽을 때마다 생각나는 게,
驚寒雁陣高(경한안진고) 承句(승구)의 해석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해석을 달리 하는데,
하나는,추위에 놀란 기러기 떼(陣) 하늘 높이 날아가네.
둘은,추위에 놀란 기러기 陣위에 높이 나네.
要는 이 陣을 기러기 陣(떼)으로 보느냐 장군의 陣營(진영)으로 보느냐인데,사실 意譯(의역)으로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이 詩는 韻(운)字가 '高'와 '刀'자인데 漢詩에서는 韻字를 맞추기 위해 句의 글자를 도치하는 경우가 빈번히 있습니다.
陣을 장군의 진영으로 보면,이 承句는
驚寒雁高陣으로 쓸 수 있는데,韻을 맞추기 위해 '高'자와 '陣'자를 도치하여 驚寒雁陣高로 썼다는 것이죠.
漢詩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漢詩를 읽을 때마다 꼼꼼히 따지며 읽는 편이라 이렇게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만,실제로 여러 군데에 나와 있는 이 시의 번역을 보면 위의 두 가지로 번역을 한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이 詩의 의미 변화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陣을 기러기 陣으로 보는 게 운치가 있다 봅니다.
기러기가 열과 행을 반듯하고 규칙있게 지어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陣'으로 표현한 게 운치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漢詩의 맛과 멋이 글자 한 字로써 드러나는 이런 데에 있습니다.
고운 최치원선생의 秋夜雨中(추야우중)이란 詩에 "秋風唯苦吟"(추풍유고음)의 起句(기구)가 있습니다.(唯=惟)
이 句도 사람에 따라 해석의 차이가 있는데,
1)가을 바람만 오직 쓸쓸히(세차게,괴롭게) 읊어대는데(부는데)-'새앵새앵'스산히 부는 바람소리를 바람이 읊조린다는 것으로 표현.'吟'이 '울부짖는다'는 뜻도 있습니다.그래서'세차게 울부짖는데'로도 번역이 가능합니다.
2)가을 바람에 오직 홀로 괴롭게 詩를 읊조리는데-글자 그대로 작자가 詩를 읊조린다로 해석.
저는 1)번을 운치있는 표현이라 생각하는 것이,비내리며 바람이 쓸쓸하게 부는 가을 밤의 정경을,평범하게 그냥 '바람이 분다'로 표현하지 않고 '바람이 읊어댄다'로 표현했다는 것이 詩다운 해석으로 멋과 맛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吟'자에는 '신음하다'는 뜻도 있어,'가을 바람만 오직 괴롭게 신음하는데'로 해석해도 나름대로 맛이 있습니다.
2)번은 起句부터 '詩를 읊조린다'로 시작하는 게 맛(멋)대가리가 없어 보입니다.
承句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 세상길(인생길)에는 (나를 알아주는) 벗(친구)이 적구나.
여러 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한 번 심심파적 삼아 여적으로 끄적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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