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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뚱 살뚱 농가 구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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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2 01:4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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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뚱 살뚱 농가 구하기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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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석 [가입일자 : 2013-01-27]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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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농가 구하기가 무~우~지하게 힘드네요-_-
2015년부터 농가를 구하려 사방팔방을 다녀봤지만
이런저런 조건과 사정과 약속파기로 수없이 공탕만 치다가
이제서야 어렵사리 겨우 하나 구했습니다.
예전에는 농촌에 빈집이 많아서 흉가로 변해간다고 했었는데
요즘은 다 쓰러져가는 농가도 웬만하면 팔지 않으려해서
진짜 참말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힘이 듭니다.
뭐 도회지야 돈만 있으면 골라사는 것이 집인데
대도시 인근의 농가는 돈 가지고도 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제가 사고자하는 집의 조건이 몇개는 있었지요.
1. 나무기둥과 흙벽으로 되어 있을 것.
2. 대지가 200평 이상은 될 것.
3. 도로변 일 것.
4. 10분이내 근접한 대도시 인근일 것.
5. 고속도로 접근성이 좋아야 할 것.
6. 10분이내 의료기관이 위치해 있을 것.
7. 생필품을 구하기가 용이한 곳일 것.
뭐 등 등......
사실 조건이 까롭긴 했지요.
가장 첫번째 조건이 나무기둥과 흙벽인데
요즘 농가가 대부분 개축하거나 신축을 해버려서
제가 원하는 형태의 집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낡아서 도저히 손 볼 수 없을 지경이었거나요.
어쨌건 그러한 저의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기 위해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등을 모두 훑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제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는지
어느날 갑작스럽고 우연스럽게 집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어느 시골의 한가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다가
주유소 직원의 전화 한통화로 말입니다.
그것 참.....!
무려 2년동안 대한민국의 절반을 쏘다녔는데도 구하지 못했던 농가를
기름을 넣던 주유소에서 구하게 되다니.....
세상은 참 알 수도 없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새삼스럽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집은 10년이 넘도록 비어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사이 수없는 사람들이 집을 팔라고 하였지만
5남매의 쌈터(태어난 곳)이며 추억이 묻혀있는 곳이었기에
온갖 조건에도 팔지 않고 있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꽃같은 처녀 때 시집을 와서
남편 자식과 같이 손수 지은 집을 팔 수 없다는 노모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없어 그동안 빈집으로 유지해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노모가 돌아가시고 유산을 분배하면서
집을 내놓게 되었는데 매매 조건이 참 특이하였습니다.
이왕이면 고향사람이어야 하고
선량하고 착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자기 집 터가 명당터이기 때문에
마음이 악한 사람이 오면 터의 기운이 나빠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살다보면 별 이상한 일도 많이 겪고
별 희한한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저 역시 "고리타분한 외곬수 인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야 어찌어찌 그 집주인을 만나게 되고
이리저리 인연, 지연, 학연을 따지다 보니
우연의 일치인지 하늘의 보살핌인지
우리 마누라 초등학교 15년 선배님이셨습니다.
그래서 매입가격을 흥정하고(흥정할 것도 없었지만)
즉시 마누라한테 전화하여 매입할 돈을 수표로 찾아 내려오라고 하여
일사천리로 단 3일만에 등기까지 끝내버렸습니다.
결론적으로 100%는 아니지만
집의 형태와 매입가격, 접근성 등에서 흡족하였습니다.
마누라 역시 대단히 만족했구요.
왜냐하면 자기 고향 가까운 곳에 농가를 마련하였으니
수시로 내려와서 엄마도 보살피고
고향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군다나 5남매인 우리 처 형제들은
요즘 보기 드믈게 우애가 좋은 편입니다.
그리고 장녀인 우리 마누라가 자나깨나 걱정하는 장모님과 형제들은 물론,
고향친구들까지 만날 수 있는 장소에 농가를 마련한 것에
저역시 매우 기분이 좋았습니다.
등기까지 모두 처리하고 농가를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10년 동안이나 비어있던 흙집은 말 그대로 폐가나 다름없었습니다.
마당은 여기저기 꺼져있고 찔레나무가 사방에 퍼져있으며
댕댕이 넝쿨과 칡넝쿨이 바닥을 그믈로 짜듯 덮여있었습니다.
문고리가 쑥~! 빠지는 방문을 열어보니
할머니가 쓰시던 장농이나 전기장판, 브라운관 TV 등이 그대로 있고
벽장에는 목화솜 이불과 때묻은 벼개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벽에는 갓과 도포를 입은 할아버지와 쪽진 머리에 한복을 입은 할머니 사진이
나란이 붙어있고 혈기방장한 자식들 사진과 손자, 손녀 사진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낮은 천장에 붙어있던 벽지는 추~욱 쳐져 머리에 닿고
말라 비틀어져 박제가 된 서생원 시체도 있었습니다.
늘어진 천장을 쭉~ 찢어보니 비교적 건강한 대들보와 서까래가 보였습니다.
옛날 이 집을 지을 때 선산에서 나무를 베어 지게로 옮기고
달밤까지 나무 껍질을 벗기고 집을 지었다는 집주인의 노고가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한마디로 세월과 인간의 역사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이 집을 제가 어떻게 고치고 쓰던지간에
집이 없어지지 않는 한 또 다른 사람도 내가 느낀 감정을
먼 훗날에 비슷하게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니 또 다른 감상이 가득 밀려왔습니다.
항상 그러하듯,
오랫동안 갈망하던 그 무엇을 얻고 나면
온갖 구상과 계획과 희망으로 가득찬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당연히 리스닝 룸입니다.
그 다음에 침실과 화장실, 그리고 전망 좋은 곳에 통창을 낸 거실,
그리고 마당의 조경과 동선라인 등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 할 일은 태산과도 같이 많고도 많습니다.
전기와 수도를 설치하고 지하수도 끌어올려야 하고
마당 흙도 채워야 하고 지붕도 고치고 온돌방도 만들어야 하고......
그러한 저의 계획이 대략적으로라도 완성되려면
최소 2년은 소요되리라고 예측 됩니다.
전문 업자가 해야 할 일도 있지만
자재의 선택이나 조경, 내부 인테리어 등은
제가 직접 할 생각이라 시간은 더 걸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집이 완성되어서 갖는 만족감 보다도
만들어가는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고 행복할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부풉니다.
물론 업자에게 맡기면 몇달이면 말끔하게 끝내버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제 생각대로, 제 의도대로, 제 취향대로 꾸며가려면
그 손쉽고 편리함을 당연히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집을 수리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의 행복감을
지금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나중에 그 작업들이 끝나면 그때 자랑겸 과정을 소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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