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나면 구해줄까? 결정은 쉬웠다
- 입학식 안했다고 학부모 아냐?
- 한 학교 뿐인데 무슨 연구학교?
- 국정거부 역사교사, 중학교로 보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문명고 입학포기 학부모(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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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1절입니다. 우리 학생들은 새 학기 시작을 코앞에 두고 있죠. 그런데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북적여야 할 개학날, 경북 경산의 문명고등학교만큼은 찬바람이 불 것 같습니다. 문명고등학교. 올해 유일하게 국정교과서를 쓰겠다 이렇게 신청을 한 학교입니다. 그런데 내부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급기야는 입학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왔는데요. 자식의 고등학교 입학을 포기한다? 이게 보통 결정은 아닌데 오늘 이 결정을 내린 학부모님 직접 만나서 얘기 들어보죠.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아버님, 나와 계세요.
◆ 학부모>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그렇게 안녕하신 상황은 아니실 것 같은데 입학 포기서를 학교에 제출하신 거예요?
◆ 학부모> 네네. 그제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럼 그냥 아이가 공중에 붕 뜬 상태네요.
◆ 학부모> 공중에 붕 뜬 게 아니고 정확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실까요?
◆ 학부모> 그러니까 지금 현재 이렇게 애가 처음부터 입학을 해가지고 입학 중에 이런 일이 생겨가지고 피켓을 들고 아이도 자기 의사표현하고 했을 때, 학교에서 학생들 학부모한테 대하는 모습들에 애가 너무 신뢰가 떨어지다 보니까 그게 힘들었습니다.
◇ 김현정> 부모님 뿐만 아니라 아이도 힘들어했어요? 이 학교를 내가 다녀야 하나?
◆ 학부모> 네. 그렇죠. 그걸 마음 내려놓고 다른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니까 마음이 편하다는 얘기입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이제 언뜻 평범한 학부모들이 들으시기엔 이게 보통 결정은 아니에요?
◆ 학부모> 정말 힘들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어쩌다가 이런 결정까지 내리게 되신 걸까. 하나하나 차근차근 얘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맨 처음에 이 문명고등학교로 배정받을 때만 해도 이 학교가 국정역사교과서 쓸 거라는 건 전혀 예상 못하신 거죠?
◆ 학부모> 당연히 전혀 예상을 못했죠.
◇ 김현정> 쓸 거란 얘기는 언제 처음 들으셨어요?
◆ 학부모> 그때 뉴스에 나올 때 알았습니다.
◇ 김현정> 뉴스에 나올 때라면 언제쯤이죠, 그게?
◆ 학부모> 학교가 여러 개, 뭐 3개? 세 학교가 신청을 했다. 오산고, 항공고 그렇게 같이 신청했을 때 제가 알았습니다.
◇ 김현정> 학부모들 반응이 처음 어땠습니까? 우리 학교 이름이 뉴스에 나오는 거 보고.
◆ 학부모> 그날 바로 학교 찾아가고 문의도 하고 그 때부터 반대의사를 우리는 철회해야 한다, 그 때부터 시작한 걸로 알고 있는데 마지막에 우리 학교만 남았을 때 아마 학부모님들이 이거는 뭔가 이거는 아니다. 그렇게 아마 그러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처음에 학부모들이 가서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철회가 될 거라고 예상을 하셨던 거군요?
◆ 학부모> 당연히 다 그렇게 생각하고 했는데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 김현정> 그러셔야죠.
◆ 학부모> 솔직히 일반 사기업의 일용직, 계약직보다 못한 대우를 받더라고요, 저희 학생과 학부모들이.
◇ 김현정>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 학부모> 의견을 서로 얘기하면 의견을 들어주고 반대를 절충하는 과정이 없이 저희 신입생, 학부모들한테 처음 교장선생님이 하는 말. 입학식을 안 했으니까 당신들은 학부모가 아니다. 그러니까 여기 와서 이런 얘기하지 마라.
◇ 김현정> 처음부터 대화가 전혀 안 됐군요?
◆ 학부모> 너무 놀랐습니다, 그런 게. 이 학교가 그래도 괜찮고 선생님들도 가족적으로 좋다는 그런 그게 있어 가지고 애들도 지원을 하고 이렇게 했는데 이게 뭐지. 솔직히 멘붕이었습니다, 학부모들이.
◇ 김현정> 뭔가 대화를 통해서 서로 설득하고 이런 과정이 있었으면 자퇴까지는. 입학 포기까지는 안 갔을 텐데. 그 소통, 대화의 창을 아예 닫아버리는 벽을 쌓아버리는 거기에서부터 좌절감을 느끼셨군요.
◆ 학부모> 그렇죠. 학생들도 좌절감 느끼고 특히 우리 아이는 하는 말이 그 앞에서 그렇게 뭔가 대화가 안 되고 소통이 안 되는 이 학교에 3년을 간다고 하니 이게 스트레스 많이 받고 저희 없이도 또 왜 학교에서 뉴스에 보면 이사장이란 분이 전학갈 거면 가라는 말이 나오는 거는 다른 학부모님도 교육청에 문의를 많이 했습니다. 전학 문의를 많이 했는데. 저도 이런 거 처음 알았는데 같은 도에서는 전학이 안 된답니다. 타 지역을 가야 한답니다.
◇ 김현정> 아예 타 지역으로 넘어가야지만 전학이 된다고요?
◆ 학부모>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학교에서도 이렇게 막.
◇ 김현정> 강하게?
◆ 학부모> 네네.
◇ 김현정> 그런데 지금 문명고에 김태동 교장선생님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국정교과서나 무슨 불온서적이냐? 국정교과서가 기존 검정교과서하고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를 연구해 볼 가치가 있어서 우리는 연구학교 신청을 한 건데 반대하는 학생들도 여론 영향 받은 것 같다. 내용을 잘 알고 그러니까 국정교과서 내용을 잘 알고 반대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이렇게 말씀하세요. 불온서적이냐고?
◆ 학부모> 네, 그 말씀을 제가 드리겠습니다. 저는 일개 힘 없고 빽 없는 일개 평범한 학부모지만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연구학교라는 건 다른 지역에 몇 학교, 다른 지역에 몇 학교 해서 서로간 연구를 교류하자는 게 연구학교 목적이지 오로지 한 학교에서 연구할 수 있다, 이게 말이 안 되는 거고요. 그 다음에 공부를 배워야 될 당사자인 학생들 학부모들한테 의견 수렴은 전혀 안 해 놓고 여론몰이라고 말하는 이 자체가 저희를 무시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불온이든 아니든 일방적인 절차의 타협의 의지도 없는 이런 일방통행으로 본인이 좋다는 그 좋은 서적을 왜 불신서적으로 보이게 하는 건 교장선생님과 이사장님과 이분들이 만드신 거 아닙니까?
◇ 김현정> 진짜 좋은 서적이라면 그러면 정말 터놓고 얘기하고 토론하고 그러면 좋은 쪽으로 결정날 거 아니냐, 이 말씀이세요?
◆ 학부모> 당연하죠. 떳떳하면 이렇게 얍삽하게는 안 해야죠.
◇ 김현정> 얍삽함? 너무나 일방통행으로 가는 그 자체에 지금 좌절. 그럼 다른 학부모님들 중에서도 연구학교 되는 거 싫다. 국정교과서 쓰는 거 싫다는 분이 얼마나 계세요, 대체적으로?
◆ 학부모> 거의 다 그렇게 한 걸로 알고는 있는데 금요일날 저번 주에 학부모님들 회의할 때 들어보니까 전학 한두 분 신청하셨다 하고 학교에서 어떤 가시적인 그게 없으면 저희는 그렇게 하겠다고 그때 얘기를 했고요. 아마 다른 부모님들도 지금 이거에 대해서 교과서도 교과서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불통에 아무 대화도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하는 행태에 대해 많이 좌절감과 무력감을 많이 느끼고 계십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선생님, 그러면 진짜 아이 학업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전학 가려면 아예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야 하고 다른 지역이라 하면 다른 도예요, 다른 시예요?
◆ 학부모> 다른 시나 다른 도로 가야 합니다.
◇ 김현정> 다른 시나 도로. 고등학교 학생이 통학을 그렇게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데.
◆ 학부모> 그렇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이렇게 하는 거겠죠. 저희 아이하고 많이 얘기를 해 봤고요. 저희는 전문학원 가서 검정고시 치고 짬짬이 기존 학교에서 부족할 수 있는 배낭여행이나 사회공동체 봉사활동 등 그냥 차별 없이 여러 사람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들을 배우는 그런 교육을 아이도 생각하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말씀은 굉장히 담담하게 하십니다만 이런 결정 내리기까지는 얼마나 고민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었을까 짐작이 되는데.
◆ 학부모> 잠을 못 잤어요.
◇ 김현정> 잠 못 주무셨어요?
◆ 학부모> 철회되겠지 하고 한발 물러선 상태였는데 직접적으로 선생님들이 하는 행위를 봤을 때 참 솔직히 어떤 마음까지 든 게 제일 큰 영향이냐면 과연 이렇게 행동은 있고 책임이 없는 선생님들을 이런 조직에 우리 아이를 맡겼을 때 나중에 혹시나, 혹시라도 큰 일이나 큰 사고가 벌어졌을 때 과연 우리 아이들의 안전이 책임이 질까. 어느 누구가 책임을 지고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구해줄까라는 생각까지 드니까 마음 결정하기가 쉬웠습니다.
◇ 김현정> 그 학교에 왜 역사 선생님 중에 한 분이 나는 그래도 국정역사교과서 안 쓰겠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셨던 한 분 계시죠. 그분 어떻게 되셨어요?
◆ 학부모> 고등학교 역사교과 선생님인데 안 쓴다 해서 우리는 또 그걸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을 재단에서 중학교로 발령 내고 중학교에 있는 계약직 선생님을 고등학교로 올린다고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래요? 중학교로 그 선생님을 아예 국정교과서 안 쓰겠다고 한 사람은 아예 내쫓는 식으로?
◆ 학부모> 그렇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고통스러운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지는데 아무쪼록 아이가 상처받지 말아야 할 것 같고요. 이건 뭐가 진리라는 걸 떠나서 소통이 완전히 닫혀버렸다는 그 답답한 구조가 느껴지니까 저도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학부모님 힘내시고요. 아들에게 한 말씀 끝으로.
◆ 학부모> 제가 뭐 해 줄 건 없고요. 빽이 있어가지고 빽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돈도 줄 수는 없지만 그냥 이번 기회에 오히려 애 눈높이에 맞춰서 같이 얘기를 많이 하고 최대한 아이를 믿고 최대한 누구, 어떤 사람이 안 믿더라도 부모만은 아빠는 꼭 믿어보려고 그렇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좀 미안한 생각도 드실 것 같아요, 아이한테. 어른으로서 기성세대로서?
◆ 학부모> 이런 모습들을 보여줬다는 게 저는 너무 미안합니다.
◇ 김현정> 아들아, 미안하다 이런 생각. 기성세대로서. 아이 많이 위로해 주시고요. 더 좋은 아이, 더 훌륭한 아이로 자라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학부모> 그럴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학부모>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역사교과서를 쓰겠다고 신청한 문명고등학교. 이 문명고등학교에 자녀의 입학을 포기한 학부모 한 분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