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현관 신발장 위에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글귀가 씌여진 나무 팻말이 언제부터인가 있던데,
오늘은 그걸 치워버렸습니다.
그동안 무심코 보아 왔던 것을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누가 나의 행복을 빌어 주는가?
이렇게 그냥 쉽게 당신의 행복을 빌어 준다고 내가 그리 쉽게 행복해지나?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인지 정확한 개념을 지니신 분이
쓰신 글인가?
행복이란 우리 일상에 그리도 쉽게
또 그리도 많이 존재하는 걸까?
행복의 후유증은 없을까?
지금 순간 자신의 상태가 만족스러운 것이 행복이란 것일까?
행복은 어느 조건이 충족되어야 느끼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조건이란 항상 변하지 않고 나의 주변을 지키는 것인가?
아니,그렇지 않지....
순간은 행복할 수 있을 런지 모르지만
이 복잡다난한 세상은 변수가 어찌나 많은지
어느 순간 행복은 사라지고
불행이 오는 것인데,
행복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은
너무 비생산적인 삶이 아닐까?
차라리 행복과 불행에 대해
초탈하는 것이 더 성숙한 인성이 아닐까?
어느 감정은 싫다고 피하고
어느 감정은 좋다고 집착하는 상태로는
초탈을 말하기 어렵다는
어느 선배의 말씀을 떠 올라 보았습니다.
당신의 행복을 바란다는 그런 말이
오늘따라 유난히 가벼워 보여서
괜히 심술난 아이처럼
그 팻말을 치워버리고 난 뒤
나는 가벼운 걸음으로 버스를 타러 육교를 건넜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