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이상하죠.. 뭔소리야 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냥 요즘 겪었던 이런저런 생각이 들던 일들입니다..
출장길.. 지자체들에서 제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출장이 많아졌습니다. KTX를 타고 다닙니다.
그날은 여수가는 길입니다. 자리를 찾고 앉아 주변을 봅니다. 예매를 늦게 해서 마주보고 앉는 자리입니다. 맞은편에 스무살 정도 되보이는 총각이 앉아있습니다. 청바지에 베이지색 두툼한 외투, 길지 않은 단정한 헤어스타일, 호리호리한 몸매에 170이 조금넘는.. 그리고 입가에 미소를 띄고 휴대폰에 뭔가를 입력하고 있습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입니다.
비어있는 옆 자리에 가방을 놓고 커피를 한모금합니다. 오늘 미팅에서 할 이야기를 떠올리고 정리합니다. 이런 순서로 설명을 하면 되겠지.. 앞자리 총각 전화기에서 벨이 울립니다. 얼굴이 발그레해진 총각이 급하게 벨 소리를 죽이고 전화를 받습니다.
'엄마.. 왜요..?' 의외로 존대를 합니다. 전회기 안에서 여자분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들~ 기차탔어..?', '예 방금 탔어요. 곧 출발해요', '여수 가면 외할머니 잘 도와드리고 와~', 모자가 모두 밝은 목소리입니다. 엄마는 친정엄마를 도우러 가는 아들이 자랑스럽고 아들도 여수가는 길이 즐거워 보입니다. '예 잘 도와 드릴께요. 걱정 마세요', '아들~ 근데 KTX는 뭐가 달라..? 자리도 더 좋은가..?' 전화받는 아들이 저를 힐끔봅니다. '자리는 더 깨끗한데 그냥 기차가 더 넓어요', '그래? KTX도 별거 없어..? 잘 타고 잘 다녀와~', '예 외할머니댁 도착해서 전화 드릴께요'.
전화를 끊고 아들이 새삼 기차안을 다시 한번 둘러봅니다. 아들은 KTX에 처음 타는 눈치입니다. 아마 외할머니댁에 좀 빨리 가야해서 안타던 KTX를 탄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외할머니 도와드리러 가는 아들이 이뻐서 비싼거 타고 편하게 가라고 엄마가 태워줬을수도 있습니다.
사실 KTX 요금이 싼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는 여수공항가는 비행기가 싸기도 합니다. 다시 휴대폰을 보는 총각을 힐끔봅니다. 학교에 있을 초등학생 우리 아들 생각도 나고..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갇도 나고.. 괜히 기분이 좋더군요..
수영을 마치고.. 차가운 공기를 마시면서 건물 밖으로 나옵니다. 어깨도 뻐근하고 다리도 약간 후들후들.. 몸이 힘듭니다. 요즘 건강을 챙긴다고 수영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회사 근처 명동입구에 있는 수영장입니다.
저녁을 먹고 가도 마치고 나오면 출출해집니다. 수영강사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정도 운동해서 살은 안빠져요. 오히려 입맛만 좋아질 수도 있어요. 그래도 체지방이 적어지니까 건강한 뚱보가 될 수는 있어요..' 그런 일은 없어야 합니다..
건물 앞에 불이 환하게 켜진 편의점이 하나 있습니다. 수영을 마치면 밤 10시 가까이 됩니다. 안그래도 출출할 시간인데.. 유혹을 못이기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간단한 간식을 하나 사서 의자에 앉습니다. 칼로리가 적다고 크게 적혀있는 견과류 바.. 이렇게 단데 칼로리가 그렇게 적다고..? 하는 생각을 합니다. 편의점 안에는 아르바이트로 보이는 학생과 저 두사람만 있습니다.
한 입 먹고 우물거리고 있는데 매대에서 뭔가 전공책을 펴놓고 보던 아르바이트 학생에 제 옆에 와서 쭈뼛거립니다. 계산이 잘못된건가 생각이 듭니다. '왜요..? 계산 다시 해야해요..?', '아닙니다', 예쁘장한 아가씨인데 말투가 중국동포 같습니다. '저 여기서 밥좀 먹어도 되겠습니까..?', 얼굴이 붉어지면서 묻습니다. 생각지 못한 질문입니다. 옆으로 긴 테이블이라 제 맞은 편 자리이거나 한 것도 아닙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지..? '네.. 드세요..' 어리둥절.. 대답을 하니 편의점 도시락 하나를 놓고 맛있게.. 허겁지겁 먹습니다.
음식 냄새가 풍겨오고.. 아.. 음식냄새가 나면 내가 뭐라 짜증이라도 낼까봐 물어 봤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그런 타박을 들어봤으니 제 눈치를 보고, 물어 보기까지 했을겁니다.
손님들 눈치를 보며 먹어야 하는 한 끼의 식사.. 아직은 다른 걱정 없이 앞으로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일텐데.. 옆을 힐끔 봅니다.. 허겁지겁 먹지 말고 천천히라도 먹지.. 머리 속이 복잡합니다.
간식은 다 먹었고.. 일어서서 인사를 하고 나옵니다. '맛있게 드세요. 천천히 드셔도 되겠네요..', 다시 얼굴이 붉어지며 꾸벅 인사를 합니다. '네.. 안녕하가세요. 또 오십시오'
포케몬고.. 설 연휴에 이틀을 아들놈 따라다니면서 인간 와이파이 노릇을 했더니 심심하기도 하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저도 깔았습니다. 아직 초딩이고 휴대폰이 없어서 제 휴대폰으로 테더링을 해줘야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태블릿은 무지 저렴하게 파는 행사때 사준 것이 있습니다. 엄마한테 둘 다 혼나면서 산건데.. 주말이라고 특별 허락을 받고 받은 태블릿으로 게임을 하면서 좋아하는 아들놈을 보니 잘샀다 생각이 듭니다.
그날도 주말이라고 둘이 포케몬 잡으러 동내를 떠돌아 다녔습니다. 갔던 길 또 지나가고 뭐 좋은거 나오면 잡으러 가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는데.. 아들놈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냅니다. '아빠! 망나뇽 나왔다~' 이거 안하시는 분들은 모르시겠지만.. 게임 최고 인기 아이템이 나온 것입니다. 초창기에는 미국에서 600불이 넘게 팔리던 아이템이라고 하더군요..
아.. 전 포케몬 잡는 공이 떨어지고 없습니다. 아들놈은 아껴쓴다고 꽤 모아 뒀습니다. '난 공이 없어..' 라고 하니 아들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한마디 합니자. '그러게 아껴 쓰라니까 막 쓰더라.. 애구.. 커드로 지르시던지..', 그럴 수는 없습니다. 게임 아이템은 안사는 것이 원칙입니다. 아들놈이 슬쩍 찔러보는거죠.. 저도 뭐좀 같이 사달리고 조르려는 심사입니다.
아들놈이 망나뇽을 잡으려고 열심히 공을 던집니다. 물론 옆에서 보면 공 던지는 자세는 아닙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문지를 거죠.. 잘 안잡힙니다. 공을 열개 넘게 썼는데도 계속 실패합니다. 아들놈 표정이 초조해집니다. '아빠가 해볼래..? 이거 잡아야되는데..' 제가 해봅니다. 공을 몇개 썼는데 안잡힙니다.
아들놈이 다시 받아서 해도 역시 안잡힙니다. 40개 가량 모아둔 공을 다썼는데도 안잡힙니다. 이제 공이 없습니다. 아들놈 표정이 많이 안좋습니다. 아무 말도 못하고 서있습니다. 아마 지 인생 거의 최고의 시련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한마디 합니다. '안잡힐때도 있지, 게임 히디보면 또 나오겠지. 그때 다시 잡아..', 아들놈은 아직 허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화면을 한번 보고 저를 한번 보고..
어깨를 잡고 집에가자고 하니 천천히 걸어갑니다. 그렇게 잠시 걷고나니ㅠ표정이 좀 돌아왔습니다. 아들놈이 한순을 푹 쉬더니 한마디 합니다. '오늘은 모든걸 잃은 날이다..'
난데없는 이야기에 못참고 크게 웃어버렸습니다. 아들이 왜 웃냐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아들놈 입장에서는 모든걸 잃은 날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야 따라와. 코코아나 한잔 먹으러 가자'. 그렇게 코코아를 들고 표정이 밝아진 아들과 집으로 왔습니다.
그 후로 일을 하다 가끔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모든걸 다 잃은 날이다..' 그래 내가 이 거래를 다 잃은것 같아도 다음 또 할 날이 오겠디.. 그 때는 꼭 성사 시켜야지..
쓰고 보니 꽤 긴 글이네요. 휴대폰으로 기차안에서 주절주절 적었습니다. 어느새 목적지 거의 왔네요. 오늘도 호남인데.. 넒은 들판이 보기 좋습니다.
이런 소소한 일들이 삶을 즐겁게 만드는것 같습니다. 회원님들 모두 소소하게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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