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초년 중년 말년이 있다볼때,
어느덧 중년을 넘어서 말년으로 접어든듯 합니다.
초년 중년을 거치며 정말 온갖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거친 삶을 살아 왔습니다.
근데 노력을 다해도 힘든 생활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더군요.
한때 제가 살던 지역이 기지촌으로서 미군들이 주택가에 입주하여,
주말이면 주택 옥상에서 오디오를 켜놓고 파티를 벌이는걸 종종 목격하곤 했는데,
힘든 삶중에서도 거기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를 들으면 부럽기도 하면서,
내가 누릴수 없는 것들이기에 자괴감이 들곤 했지요.
어느 하루.. 일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던중,
중고가구 파는곳을 지나치게 됐는데,
가게안에서 참 듣기좋은 음악소리가 들리더군요.
소리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앰프와 데크 3웨이스피커셋트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가 정말 감미롭더군요.
얼마냐고 물어봤습니다.
10 만 원 이랍니다.
당시 10 만 원은 제가 한 달 꼬박 일해야 벌을수 있는 금액 이었습니다.
금액에 좌절하여 밖으로 나올수밖에 없었지요.
그렇게 청춘은 흘러갔고 나이를 먹어 갔습니다.
아이 둘 출가시킨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노력은 줄었어도,
먹고 사는데 어려움은 없을정도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그렇게 하고싶었던 오됴짓도 할만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의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가,
젊은시절 개고생하며 오직 하루하루 생계를 해결하기위해 목매던 그시절,
그 가구점안에서 들었던 음악소리보다 더 감미롭게 들리진 않습니다.
이는 청력도 둔화되고 감성도 퇴화된 탓도 있겠지만,
그 시절 그리도 갖고싶었던것을 가지지 못하다가,
늦게나마 한풀이하는 마음으로 듣게되니,
가슴깊은 곳에 쌓여있던 회한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걸 느끼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어쨋거나 그게 한풀이가 됐든 뭐가 됐든 하고싶었던걸 하게되니 좋기는 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던 시절,
남의 삶은 다 좋게 보이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할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제 인생 통틀어 딱 한번 점집을 찾아가 본적이 있습니다.
점술가 왈,
"초년 중년은 고생이 자심하겠지만 말년은 확 필거야~ "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부유한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엔 제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
어쩌다 지인이 찾아오면, 식사대접할 정도의 삶은 누리고 있습니다.
그리 생각하면 사주팔자를 마냥 무시할수만은 없는게 아닌가하는,
그런 혼자만의 상념에 젖어 들기도 합니다.
뭐 그냥 그렇다는 얘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