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대학 졸업을 앞두던 때 은사이신 음악과 교수님과 아이쇼핑&히어링 쇼핑하러 충무로(당시는 수입 오디오 판매하는 곳이 충무로와 세운상가뿐이었음)에 갔다가 충동적으로 구매했던 거랍니다.
물론 제가 산 거 아니고 교수님이 사셨는데 당초 구경만 한다고 하다가 소리 듣고 뿅 가신 교수님이 그 밤중에 형수한테 달려가서 돈을 빌려 벼락치기로 사셨답니다.
스피커는 아래의 유닛을 사서 포장 안에 나온 인클로저 설계도면대로 학교목수에게 사정해서 (그 양반이 장인이더군요.) 만들었습니다.
튜너는 진공관인데 이건 50년 정도 되었을 거에요. 당시도 중고니까...
프리와 파워 역시 중고니까 46~47년은 되지 않았을까 싶고..
(위로 부터 FM 튜너, 프리 PAT-4, 파워 ST-120. 튜너는 진공관이고 앰프들은 모두 트랜지스터)
이 외에 턴테이블은 가라드 제로100인데 (아, 이건 사진이 없네요.) 이것들을 댁으로 가져가서 설치를 하고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FM부터 들었는데 그 감동~~~.
지금도 새롭습니다.
문제는 교수님이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이사가시고는 무려 20년간 광 속에 쳐박아 두셨다는 거.
그 이유는 사모님이 미술(서양화)하시는 분이라 작품제작 공간이 좁아서 광으로 쫓겨 났다는 건데 저랑은 한동안 왕래가 없으셔서 그런 사정이 있는 줄 모르고 이젠 다른 기계를 쓰시겠지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다 얼마전 오랫만에 연락이 되어 이야기 나누다가 이 오디오를 말씀하시면서 이것들 쓸 수 있는지 확인 좀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80이 다 된 분이 이것들을 죄다 차에 실고 직접 운전해서 우리 집에 가져오셨습니다.
와~~ 살펴보니 모두 녹 투성이에 찌든 먼지 투성이라 며칠동안 낑낑대며 녹 닦고 먼지 닦고....
그런데 신기한 게 소리가 쨍쨍하게 나는 겁니다. 물론 잡음도 있었는데 그건 하도 오래되어 납땜한 곳이 단락되기 일보전이라 이런 곳 찾아 때웠더니 문제 모두 해결....
그런데 다이나코의 앰프를 보니 정말 간단합니다. 심지어 프리앰프는 포노 EQ까지 해서 모두 8개의 트랜지스터로 꾸며져 있습니다. 내부에 실드선도 안쓰고.... 그런대도 별 잡음 없이 제 출력이 나오는 게 대단하네요.
문제는 턴테이블인데 구리스가 찌들어 동작이 안되어 군포의 성*전자로 가져가니 찌든 곳 닦아내고 몇 군데 기름 치고는 림드라이브의 위치를 조정하는 것으로 해결되네요. (아 그럴 줄 알았으면 내가 다 고치는 건데...)
턴테이블이 한 쪽이 나오다 안나오다 해서 살펴보니 카트리지랑 연결하는 점퍼선의 용접이 떨어져서 그런지라.. 그리고 바늘의 수명이 다해서 새로 가는 것으로 해결되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네요. 어떻게 그 긴 세월동안 큰 이상이 없었는지. 스피커는 엣지도 생생합니다. 아마 선생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별 이상 없이 들으실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