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밤을 그야말로 하얗게 세웠습니다.
정말 하얗게 란 의미를 다시 또 되내어 봅니다.
어떤 글을 쓰고 보내야 하나 맘 속은 온갖 글들과 미사여구로 뒤 섞여 있지만
가슴속에 와 닿는 글 하나 문장하나가 만들어 지지 않습니다.
근 40년 가까이 잡지 않았던 붓, 그것도 편리하게 만들어진 붓펜을 잡았습니다.
예단을 쓰고, 금액을 쓰고 그리고 그리고 어떤 글로
보내는 내 금쪽같은 녀석을 어여삐 여겨달라고 사정해야하나? 부탁해야 하나?
충고해야 하나? 협박해야 하나?
멍 하게 하루가 밝아올때까지 연거푸 커피만 마셨습니다.
가난을 낭만처럼 여기며 살아온 과거가 염치없고
어떻게 해서 보낼까?
어떤 것을 더 챙겨보내야하나?
내 능력을 마구 비하하고 쥐어뜯는 긴 밤이었습니다.
애지중지 금쪽같이 귀하게 그렇게 키우면 남들에게도 그런 대접 받겠지 하며
그렇게 키웠는데
자꾸만 줄어드는 얼마 남지않은 시간 약간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