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연히 보았는데 읽을수록 좋기에 올립니다
<어쩌다 우연히 본 글>
비가 옴니다.
검은 산, 검은 하늘 아래로 비가 옴니다.
안경을 잠시 벗고
가만히 빗소리를 듣으니
고요함 속에서
자연은 소란한 운치를 더하고
감정이 제법 그럴 듯 하매
마음을 선동하여
막걸리 한사발을 개눈 감추듯 훔치고
적당한 취기를 즐기며
밤의 빗소리 기분좋게
한번 쯤 감상해도 좋으련만
이제 술을 끊기로 작정한지 몇개월이 지난터라
그냥 무심히 바라보며
앉은뱅이 책상에 턱괴고 앉아
미동없는 눈길을 묵묵히
지켜냅니다.
난로 위의 물주전자 푸푸하며
성급한 기운을 토하고
마음의 평심은 요동이 없으니
정심은 맑은 기운에 안정을 찿습니다.
저 멀리 들리는 노루의 애처러운 울음은
골골마다 처연히 전하고
모두가 모두가 두툼한 이불 속에 침묵하는
지금 이시간
길고 긴 동지의 하룻 밤은 빗소리에
뭍혀서 그렇게 깊어 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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