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기기를 국산품, 그 중 상당수는 중고품으로 그럭저럭 Hifi와 A/V 시스템
을 구축한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50 만 가까운 돈이 수년간에 걸쳐 투자
되었더군요. CD나 DVD같은 소프트 웨어까지 계산하면 실로 거액입니다. ㅡㅡ;
최근에 우연히 이곳 와싸다를 알게되어 습관적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구경삼아
와 보지만, '오디오'라는 취미는 '음악감상' 혹은 '홈씨어터 감상'과는 분명히
다른 취미라는 점이 느껴집니다.
즉, '소리를 즐기느냐' 혹은 '오디오(라는 하드웨어) 자체를 즐기느냐'라는 근원
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솔직한 답에 따라 취미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어느 분께서 자신이 장만하고자하는 소박한 제품에 대한 견해를 게시판에
물어오셨을 때, 아주 흥미로운 답변이 있었습니다. 즉, "와싸다 게시판에 자주
방문하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기"라는 내용이었지요.
그만큼 이곳에서는 업그레이드 혹은 다운그레이드, 아니면 수평적인 기기교체 등의
내용이 넘쳐납니다. 그리고, '꾼' (절대 나쁜 의미 아님)들간의 소위 '뽐뿌질'
도 곁들여져서, 오디오를 취미로 하는 하나의 동호회같은 절친함도 느껴집니다.
저도 옥션 등에서 구매한 제품이 배달되어올 때까지의 가슴 설레임, 퇴근하자
마자 바로 포장 풀고 선 연결하면서 서두르는 기분, 그리고 최초의 사운드를 감상
하는 ( 즉시 실망으로 이어진 경우도 허다 ) 긴장된 순간을 모두 느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저 앰프는 인켈, 스피커는 에어로 밖에 모르다가, 와싸다 게시판에서
그 무수한 국내외의 명기들을 접하면서 잠시 마음이 크게 흔들렸던 것이 사실입
니다. 마눌님 몰래 꼬불쳐둔 '총알'이 제법 되기에 진공관 앰프에도 기웃,
JBL에도 기웃, Yamaha receiver에도 기웃, 하여튼 고수님들께서 소개하시는
모든 명품들에 순간순간 넋을 잃기도 하였고, 심지어 파워케이블과 인터케이블,
스피커 케이블은 물론, 단자와 인클로우저 내부의 배선까지도 업그레이드를
해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
그러나 ! 몇 번 반복적으로 제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제 취미는 오디오 그
자체가 아니라 '소리', 그것도 전적으로 제 취향으로만 만족하는 소리라는 답변을
듣고서야 그냥 이대로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묻지마 퀄리티'로부터 최근에 마지막이라고 다짐하여 업그레이드랍시고 투자한
것은 우퍼케이블 (이경복 케이블), 오석( 김준범 님)과 스파이크(허석준 님 )가
전부입니다. < 존함을 공개하여 불편함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
이제, 더이상 저의 기기에는 고장이 나기 전까지는 교체도 투자도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저의 '막귀'에 충분히 과분한 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지요.
'소리냐' '오디오냐'를 칼로 두부 베듯 구분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 그 오묘한 취미생활을 시작하시려는 분께서는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먼저 구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물론, 소리의 세계도 끝이 없고 완전한
만족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 좋은 기기를 구하기 위하여 좋아하는
한 잔 술도 참아야 하고, 마눌님 몰래 비자금도 조성해야 하는 뼈를 깎는 고통에
비하면, 그저 '내 취향에 그럭저럭 만족하는 소리'를 정립하는 것은 만고강산에
마음 편한 일이거든요.
* 거듭 말씀드리지만, 오디오 기기의 전통과 관록 등을 중요시하시는 고수님들의
프로적인 취향을 절대 고양이털 한 오라기만큼도 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들의 각종 기기에 대한 수준높은 식견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으며,
언젠가 느닷없이 일을 저지를지도 모릅니다. 다만 마침 기회가 생겼기로 극히
주관적인 현재까지의 오디오관을 솔직히 그리고 가볍게 피력한 것 뿐이오며,
이곳 게시판에 오고가는 많은 이야기들을 한 가족같은 기분으로 즐기고 있음을
밝혀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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