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모노 레코딩인 야니그로의 바흐 무반주 모음곡은 미국의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레이블에서 모두 3장의 레코드로 발매되었다. 2번과 6번, 4번과 5번, 1번과 3번의 커플링이다. 모노 시대의 녹음들은 "아세테이트"재질의 마스터 테이프에 기록되었는데, 이 아세테이트 재질의 테이프는 습도와 온도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테이프에 자화(磁化) 된 정보들이 손실이 이루어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후에 마그네틱테이프의 재질이 바뀌면서 이런 단점을 어느 정도 극복하게 되지만 말이다.
때문에 대형 음반회사들은 산속에 이런 음원들을 저장하고 유지할 수 있는 동굴형 창고도 만들었다고 하니 마스터 테이프를 보존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과 인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세테이트 재질의 마스터 테이프의 사운드 소실을 막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이내에 복사본을 만들어서 다시 유지해야만 했는데 복제 과정에서는 반드시 "손실"이 동반된다. 이런 이유로 처음 녹음된 마스터 테이프로부터 만들어진 레코드인 초반(first issue)의 음질이 뛰어나다는 근거를 찾아볼 수 있겠다.
웨스트민스터는 모노 시대에 뛰어난 품질의 레코드를 제작한 것으로 애호가들에게 알려진 클래식 전문 레이블이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하지 못하고 이후 클래식과는 거리가 먼 abc 레코드, MCM, MCA 등을 거쳐 현재는 유니버설 레코드에 부속되어 과거의 명성을 다시 알리기 시작한 불행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소유권이 험난하게(?) 바뀌어 온 녹음의 마스터 테이프가 과연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설령 비교적 온전한 마스터 테이프(copied master)가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수차례의 보존을 위한 복제 과정을 거치는 동안 원래의 녹음 사운드와는 다른 상태가 되었을 것도 분명하다. 심지어 1972년 데카 녹음으로 발매되었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집(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앙드레 프레빈, 런던 심포니)의 유니버설 재발매반을 구입하고서 받은 실망감을 돌아보아도 이런 우려는 결코 지나치지 않다.
개인적으로 안토니오 야니그로의 바흐 무반주 오리지널 레코드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 사운드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이런 우려는 더욱 크다.
물론 오리지널 레코드를 들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거나 CD로만 이 연주를 접해보았던 애호가라면 충분히 만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래의 레코딩이 가진 사운드가 제대로 보존되지 않은 녹음에 어떤 덧칠을 훌륭하게 해낼 것인지 물음표가 찍힌다. 유니버설 뮤직이 공들여서 발매한다는 레코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들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