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Platon)은 자신의 스승인 소크라테스(Socrates)에게 배우면서 피타고라스 학파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플라톤이 말했던 ‘미메시스(Mimesis)’는 오늘날 문학과 예술의 창작활동에서 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사회과학에서 사유의 중요한 매체와 촉매제 역할을 한다. 원래 동사형인 미메스타이(mimesthai)는 ‘모방하기’, ‘재현하기’ 또는 ‘초상을 그리기’를 뜻하는 것이지만 플라톤의 저작에서 말하는 ‘미메시스’는 이데아의 세계를 모방함으로써 현상이나 가상을 만들어내는 측면을 다루고 있다. 때문에 하플라톤이 미메시스가 인간의 입장과 태도에 미치는 영향에 주의를 기울여 탐구하였다. 그는 미메시스가 잠재적으로 전염병처럼 번지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보아 이론적 검열이 필요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국가론”에서 플라톤은 이상 국가를 지키는 훌륭한 성품을 가진 용사들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문학과 예술을 통한 정서적 순화 교육의 필요성을 논한다. 따라서 좋은 음악, 훌륭한 행위의 미메시스가 필요하다고 권장한다. “국가론”의 뒷부분에서는 자신의 이데아론에 입각해 예술가나 시인의 미메시스를 비판한다. 현상세계가 진리인 이데아의 세계에 참여하고 있는 동시에 그것의 잔영에 불과하다면, 예술가나 시인이 이 현상세계를 보고 만들어 내는 상은 이중으로 진리에서 멀어진 ‘허상’이라는 것이다. 예술이 만들어 내는 가상의 세계를 철학적 진리의 세계와 직접 대결시킴으로써 미메시스의 해악을 지적한 플라톤은 시인을 이상 국가에서 추방한다. 이런 논리로 호메로스와 비극 작가들을 비판하면서도 찬가와 같은 장르는 유용한 미메시스로서 권장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미메시스를 언급한다. 비극을 ‘행동의 미메시스’로 규정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모방하는 데 각별한 능력이 있고 최초의 지식들을 모방하기를 통해 습득한다는 점 외에도 누구나 모방에서 기쁨을 느낀다는 점을 통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된다.”고 했다. 그는 철학적 진리를 미메시스의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시문학과 예술의 영역에 있어서의 ‘미메시스’의 가치를 바라보게 하였다..
이렇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마련된 미메시스의 개념에 대한 논의는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라는 명제로 전승되어 18세기까지 시학과 미학에서 논의되었다. 하지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전을 살펴본다면 미메시스의 다른 의미를 밝혀볼 수 있다. 왜냐하면 두 철학자 이전에 미메시스라는 말이 쓰인 전사가 있을 뿐만 아니라, 미메시스를 선사시대의 인간들이나 오늘날에도 관찰할 수 있는 비문명화된 토착민들의 태도를 특징짓는 말로도 사용하기 때문이다.
개체발생적으로 어린이의 태도와 행동, 특히 놀이에서 모방적 요소가 두드러져 나타나듯 계통발생적으로도 원시시대의 인간들에게 미메시스적 태도가 중요했으리라는 것은 실제로 많은 인류학적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동물의 세계에서 나타나는 ‘의태擬態(mimicry)’라던가 ‘보호색’ 등에서 미메시스적인 태도를 살펴볼 수 있다. 연극에서 지칭하는 제스처나 얼굴 표정술을 뜻하는 ‘미믹(독어: Mimik)’이라던가 무언극의 배우나 광대의 연기를 가리키는 마임(mime)이라는 말도 미메시스와 어원적으로 가까운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도르노(Adorno, 1903.9.11 - 1969.8.6.) 는 자연과 인간의 지배를 목표로 한 목적합리성(도구적 이성)이라는 일면적 방향으로 발전해온 계몽의 역사를 성찰하면서 그 비판적 심급으로 미메시스적 합리성을 부각시키며, 인식론의 중심 개념으로까지 사용한다. 즉 미메시스는 서구 철학에서 많은 부분 재현의 논리로 편향되어 이해되거나·논의되어 오는 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빚어졌다. 미메시스를 재현되는 것(재현 대상)과 재현하는 것 사이의 정태적 관계를 지칭하기보다, 오히려 미메시스적 활동의 주체와 대상 사이의 역동적 관계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특히 아도르노는 대상의 파악을 목표로 하는 동일성 사유와 달리 대상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특징으로 하는 ‘미메시스적 충동’과 태도를 강조한다. 전자가 인식의 주체가 만들어 놓은 개념의 그물망에 대상을 포획하는 행위로서 대상에 주체의 자의와 폭력을 가한다는 의미가 불가피하게 들어 있다면, 후자는 바로 이 동일성 사유가 왜곡하거나 빠뜨릴지 모를 요소인 ‘비동일적인 것’,‘ 비개념적인 것’에 합당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본다. 예술과 문학은 이러한 면에서 오랜 세월 동안 그 잠재력을 표현해왔다. 20세기의 철학자들의 논의에서 미메시스는 비생산적인 모방이 아니라 대상을 전유하고 극복하는 창조적 활동과 경험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참고자료 : 미메시스에 대한 고찰, 최성만 서평위원/이화여대·독문학http://www.kyosu.net
미학개론 : 이성천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