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 쓴 글입니다.
작고 꾀죄죄하며, 아무렇게나 그어 놓아 제 멋대로 구부러져서
몇가지 낙엽과 먼지들이 뒤덮는 대책없는 골목 .
솥단지와 이부자리들을 신주처럼 둘러매고 새로운 삶의 서식지로 향해가던 이사,
그리고 사정상 미처 떠나지 못한,
남은 자들의 정겨움 배인 눈물 있는 배웅,
그러나 그건 나를 8할쯤 거두고 이만큼 씩이나 영육을 키워준,
쉽게 내칠 수 조차 없어 ,어김없이 울컥 눈물 배인 추억으로 존재하는,
누구 말마따나 더럽게 엉겨붙어 떨어지지않는 ,
때로는 지겹고 때로는 회한으로,
하지만 아름답게 잘 채색된 것으로 위장하여,
우리들의 내면의 한켠을 자리하고 있습니다.
작은 토끼털 붓으로 세세하게,
일점 투시도같은 구도로
수채화같은 상념들을 잘 그려냈습니다.
바람같은 갈증으로 생의 한 군데를 묘사하셨지만
삶의 또다른 진실이 함께 하기에
그것은 비록 작으마하나
끝간데 없는 감동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불식중에 이런 글들을 볼 수 있게 해 주신 일진 님의 뜻이 더욱 고마워 지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