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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장??)그냥 엄마 생각이 나서....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6-10-11 20:14:59
추천수 16
조회수   866

제목

(백일장??)그냥 엄마 생각이 나서....

글쓴이

이상희 [가입일자 : 2007-03-05]
내용




1972년 오월 막 이학년이 된 소년은 난닝구를 기워서 만든 걸레와 왁스로

교실 마룻바닥을 닦으면서 반 전체가 큰 소리로 외웠던 구구단을 

리듬을 살려 낮게 중얼거리며 하교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오원짜리 갱엿을 사먹는 걸 부러워하며 학교 앞 다리를

막 건너다가 소년은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됩니다

"어...엄..마!" 거기엔 이년동안 보지 못했던 엄마가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애써 웃으며 서 있었습니다



그 날 소년은 태어나서 제일 맛있는 짜장면을 먹었고 로봇장난감과 초코과자를

양 손 가득 움켜쥐고 엄마 등에 업혀 등에서 나는 엄마냄새를 기분좋게 음미하며

행복해 했습니다



소년은 엄마와 아빠가 왜 따로 사는 건지 평소에 아들래미 밖에 몰랐던 엄마는

왜 이년만에 볼 수 있었는지 너무 어렸던 때라 그게 무얼 뜻하는지를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날이 이 세상에서 엄마와의 마지막 만남이었음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인이 된 소년은 항상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를 품은 채

살고 있었고 그 응어리를 떨쳐야 내가 살겠구나 하는 생각에

1970년 일년동안 살았던 외갓집을 떠올리며 무작정 찾아가 보기로 합니다



신기하게도 여닐곱살 때의 흐릿한 기억임에도 찾아가 보니 옛기억이 살아납니다

한참을 찾다가 "아 맞다! 이 집 같다"하는 집을 찾습니다

지붕이 초가에서 양철로 바뀌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눈에 익은 모습입니다 

조심스럽게 들어가 주인장을 찾으니 어떤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십니다

"할머니 여기 예전에 살던 분 아시나요?"하고 물으니 "ㄱㅅ네 알고 말고

ㄱㅅ 양친은 다 돌아가셨고 ㄱㅅ도 다 이사갔는데 어디라더라....사는데는 몰라..

할머니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문득 "가만있어보자.. 얼굴이 낮익은데..

혹시 예전에 잠깐 살다가 간 ㅊㅈ아들래미 아니냐?" 하고 물으셔서 깜짝 놀랍니다

"예 맞아요 어머니가 ㄱㅊㅈ 입니다"하니 "엄마 찾아온겨?" 하시며 절 껴안으시고는

"아이구 이눔이 그래두 에미 보고 싶다구 찾아왔구나"하며 막 우십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돌아가신 얘기를 해주시며 그때 이쁘장한 서울놈이 시골에 와서

한참을 살다 간 거라 다 기억이 난다고 하십니다

어머니 또한 자식들 생각에 매일매일을 힘들어하다 병을 얻어 일찍 돌아가셨음을 

그때 듣게 되고 그 분이 외할머니와 형님 아우하는 친구였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그리고 엄마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어서 주인 할머니의 양해를 얻어

즐거웠던 추억이 남아 있는 뒷뜰 앵두나무 근처에 소줏잔을 올리며 절을 하는데

속으로는 그러지말자 하면서도 현실로는 통곡이 나옵니다

"엄마 그때가 마지막이었어? 그때 좀 알려주지 그것도 모르고 난 과자가 많아져서

좋다고 엄마하고 인사도 제대로 못했잖아...내가 좀 잘 되면 찾아오려고 했단 말야..."

진작 찾아보지 못한 제 자신이 너무 못나 보이고 후회스럽습니다



종로바닥에서 또순이로 소문이 났고 외할머니를 닮아 음식 솜씨가 좋으셨던

우리 엄마... 자식이라고 좋은 것들로만 먹이고 입히고 하셨다는 엄마..

그런데 모습이 전혀 생각이 안납니다 다만 어렴풋이 이것 저것 맛있는 거

해 주셨던 것만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을 보니 그 음식들이 참 맛있었나 봅니다



저에겐 평생 잊지 못하는 음식이 두가지 있습니다

외할머니께서 끓여주셨던 아욱국...여섯살짜리 꼬마의 입에도 기가 막혀서

사십오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구수함이 생각나는 국입니다

엄마가 빠다넣고 비벼준 밥...빠다와 간장에 계란 한 개 깨서 넣고 비빈 밥을

자전거 타고 도망댕기는 아들래미 뒤를 쫒아다니며 한숟갈씩 떠 입에 넣어

주던 그 비빔밥..."내가 엄마니까 한 입 먹어준다" 하는 맘으로 먹었을...



그리고 진짜 먹어보고 싶은 건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 입니다

어려을 때 분명 먹긴 먹었을텐데 아무리 그 맛을 기억해내려해도

엄마 된장찌개맛은 기억이 안납니다.

된장찌개에 대접에 푼 보리섞인 밥...꿈에서라도 만나면 이것 좀 해달라고

땡깡을 부리고 싶습니다....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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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2016-10-11 21:06:38
답글

상희님이 저를 울컥하게 만드시네요...ㅠ.ㅠ
계란 간장비빔밥....울 아버지만 드실 수 있던 특식이었고
한숫갈 제게 먹여주실 때 그때의 그 비릿하며 고소한 맛은 환상이었습니다..

이상희 2016-10-11 21:29:59

    뜨거운 밥에 비벼 먹으면 환상이었죠...
을쉰 때는 저희때랑은 또 다르군요 우리때는 그래도
특식일 정도의 귀한 음식이 아니었는데...
괜히 써가지고 부모님 생각이 나서 혼자 훌쩍입니다.

이민재 2016-10-11 21:49:12
답글

상희님 이런 글 쓰시면 반칙이에요 반칙

어머니는 언제나 이 세상에 최고입니다. 가을밤에 울컥하며 사나이가 이러면 아니 되는 것인데 결심은 무뎌져 가고

이상희 2016-10-11 22:15:46

    죄송...가을이라 그런지 센치해져서리...
"어머니"하면 울컥하는 게 만인공통인가 봅니다

이수영 2016-10-12 08:22:29
답글

잘 봤구요..추천하구 갑니다 ㅠ.ㅠ

이상희 2016-10-12 09:35:37

    감사합니다 추천감은 아닌데....
그냥 동참하자는 의미에서 썼습니다.

박현섭 2016-10-12 12:44:29
답글

눈시울이 적셔지네요. 잘봤습니다. 엄마는 언제나 고맙고, 존경하고, 미안하고, 사랑하고 그렇네요.

이상희 2016-10-12 19:25:11

    일하며 하루 종일 엄마와의 추억이 뭐가 있었나 기억해내려 애쓰지만
딱 일곱살까지의 기억이라 크게 수확이 없습니다

큰어머니께서 해주셨던 말 "니 엄마 같은 사람 없었다 제일 좋은 옷만 사다 입히고
밥도 항상 새로 지은 밥만 주고 니 아버지가 굴러온 복을 차버린거야.."
한참을 잊고 지냈던 엄마를 다시 생각해 보려니 마음은 찢어지지만
그래도 행복한 시간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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