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바다는 여러 빛깔로 다가오더군요.
무엇보다도 살아 있는 바람이 있어, 순식간에 달려와서 물을 올려 땅을 삼킬 듯 하더군요.
무엇 무엇 유명한 곳은 별로 감흥이 없고, 푸르고, 파랗고, 형언할 수 없는 또다른 빛깔의
바다는 어느 한곳 같지를 않아서, 도시의 바람에 나이와 위치의 감투를 쓰고 있는 사람들
틈에 지친 마음에 새로운 느낌을 심어 주더이다.
아! 그러나, 그 바다가 삶의 터전인 사람들은 그리도 무정하고 뚝심있게 바람처럼 이리 저리
움직여서 기약없이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저를 무색하게 했읍니다.
제주의 사람들의 강인함과 그안의 무엇인가에 대한 보호본능을 감춘 그 냉정함이 사람을
무척 당황스럽게 했읍니다. 중천에 뜬 해를 보면서, 말달리고 싶은 마음에 한가로이
노니는 말을 보면서, 한손에 애를 안고, 등에는 배낭을 지고, 성산일출봉에 오르니, 탁 트인
분화구에 검은머리 방울새 소리와 내 친우의 휘파람새가 바람을 이기고 자라는 상록수에서
무심하게도 영토를 선언하더이다. 한자락 구름을 타고, 저 위에 있는 솔개처럼 비상하고 싶은
마음에 바람을 찾으니, 비상하는 것은 전에 산 감물 들인 모자 뿐이더이다.
한줄기 구름에 쌓인 저 멀리 보이는 한라산의 어느 봉우리 처럼, 이리도 무심하게 흐르는
세울에 처음으로 누구의 간섭도 없이 제주도는 내 고향이다 소리치고 문득 돌아보니,
어느새 돌아오는 비행기를 향해 달리는 낯설은 오토 차량의 엔진음에 퍼뜩 정신차리고
서울로 돌아왔소이다.
다들 아웅다웅하면서, 자연 대신에 화초처럼, 온실에서 자연을 만들고
...........하는 서울이 기다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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