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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가을 코스모스... ( 백일장 출품 )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6-10-10 17:39:21
추천수 21
조회수   867

제목

소년 가을 코스모스... ( 백일장 출품 )

글쓴이

이진범 [가입일자 : 2003-04-01]
내용
( 용기 내어 올려봅니다. )





고향 집으로 가는 가을 오후의 버스 안.

면사무소가 보이는 작은 고개를 넘어 가을 빛이 가득한 길을 지나고

한 무리의 중학교 꼬마들이 차에 올랐다.

이 길에 들어설때마다, 어린 후배들을 볼 때마다,

나는 지나버린 시간을 생각한다.




버스 안은 갑자기 시끄러워졌다가 ,

학생들이 한두명씩 내리면서 조금씩 여유로워진다.




한 소년이 아까부터 차 가운데에서 팔짱을 낀 채로

이깟 속도, 흔들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아무것도 잡지 않고 혼자서 서서 간다.

다들 까불며 친구들과 즐거운 대화를 하면서 집에 가는길.

소년은 말을 걸어주는 친구도 없이 고집스럽게 혼자 서있다.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창 밖을 바라보고 서있다. 가끔은 흔들리면서. 자리가 생겨도 서 있다.

눈에 띄게 왜소한 체구, 검게 탄 얼굴, 어릴적 상처인지

커다란 흉터가 코 밑에 나 있다. 그래 그 소년은 언청이다.




저 소년의 푸르른 날들이 어떨지 나는 조금 알것도 같다.




나는 점점더 작아지고, 남자 애들은 점점더 건강해지고,

계집애들을 점점더 예뻐져만 갔었지...

그래 그때부터 나의 푸르름도 어긋나 있었다고 변명을 하자.




그런 고집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소년에게 알려주고 싶다가,

내게는 저런 고집도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낸다.




그러는 동안

차창 밖으로는 금빛으로 물결치는 들판이 스쳐 지나고 ,

나는 코스모스 밭을 생각한다.




다양한 색의 코스모스가 바닷가 큰 밭 가득히 피어

모두 제 각각의 높이에서 , 하지만 모두 함께 

바다에서 불어오는 서해 바람속에서 끝없이 춤을 추는   

그래!  전 우주를 마주한 것 같은 코스모스 밭이다.




풍요로운 들판과 ,

못난 꽃은 한개도 없는 코스모스 밭을 생각하다가

쭉정이로 가득찬 나의 가을까지 생각이 미친다.




바다가 보이고, 서서 가던 소년이 내린다.

무심코 소년을 따라가던 내 눈길에 아주머니 한분 나타나,

세상에서 가장 기쁜 순간 처럼 반가운 얼굴로 소년을 맞는다.

소년은 고집도 버리고 쑥스러운 웃음과 함께 행복 속으로 걸어간다.




그래 그 사람은 어머니다. 

어머니...




이 세상 모든 별들은 영겁의 시간 뒤엔 서로 끝없이 멀어진 채로

모든 빛이 꺼지고, 캄캄하고 차가운 공간만 남을거라고 하지...




그 빛이 사라지기 전에, 

물결치는 금빛 들판도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 밭도,

많이 많이 보아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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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2016-10-10 17:48:11
답글

울 엄니가 생각나게 하는 글이네요...ㅠ.ㅠ

이진범 2016-10-10 18:41:56

    네... ^^ 행복한 글이 아니라... 죄송합니다.

염일진 2016-10-10 17:52:16
답글

용기내어 글 올려주신 이진범님께 감사드립니다.
마음이 따뜻하신 분같습니다.

이진범 2016-10-10 18:42:16

    네...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손은효 2016-10-10 18:18:03
답글

가을향기 가득한 글 잔치에
좋은 작품을 올려주셔서 읽어보는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이진범 2016-10-10 18:44:00

    네, 엉성한 내용에 큰 칭찬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주명철 2016-10-10 18:46:03
답글

무조건 추천입니다.

이진범 2016-10-10 20:48:27

    네 감사합니다.

이미희 2016-10-10 18:47:56
답글

섬세하고 따스한필체 멋집니다^^

이진범 2016-10-10 20:49:05

    네... ^^ 과분한 리플 감사합니다.

조창연 2016-10-10 18:50:21
답글

스산한 가을분위기에 잘어울리는, 잔잔하고 차분한 글 잘읽었습니다.
좋은글에 추천 한표 보탭니다~

이진범 2016-10-10 20:49:33

    네... 정말 감사합니다.

김승수 2016-10-10 20:32:24
답글

3 시간을 앉은뱅이 책상앞에서 끙끙거리며 , 오~래전 5월 보리밭에서 무릅까지는 생생한

장면까정 디테일하게 썼다가 .. 코스모스향기 묻어나는 글을 읽고 슬그머니 지워버렸능데

눈앞에선 의령망개떡 잎사귀가 이리저리 날라 댕기는 모습이 vr게임 화면처럼 펼쳐집니다^^;;

이진범 2016-10-10 20:52:38

    의령 망개떡 잎사귀가 어떤건지 몰라서요... ^^

이종호 2016-10-10 21:11:49

    텨나온 눈티 밤티 녕감님이 글을 쓰겠다고 구라를 치는
바람에 붓을 꺾고 동생이 잘 아는 큰 스님이 계시다는
절로 드가고 있는 중임돠...ㅡ,.ㅜ^

내가 붓을 들면 대상은 받아논 당상인데....ㅡ,.ㅜ^

김승수 2016-10-10 21:19:06

    절로 드가시는김에 윗태까정 션하게 미시면

대상에 십첩밥상 추가하고 박카스언냐 드림돠^^;;

손은효 2016-10-10 22:12:53

    그렇다면 특별상으로 망개떡 추가할 용의 있슴다.

이종호 2016-10-10 23:09:12

    우이쒸...ㅡ,.ㅜ^
드런 잉간드리 아주 날 벼랑으로 포크레인타고 밀어버리구 있구먼....ㅠ.ㅠ

박태규 2016-10-12 10:47:06
답글

오랜만에 좋은글 읽었습니다.
코스모스 만개한 어느 가을 의 한 때를 스캐치로 수채화의
밑그림을 그린 듯 합니다.
추천합니다.

이진범 2016-10-12 23:09:03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박선생님 리플에 정말 기분이 좋아집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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