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게 말이죠.. 지가 초등학교시절 이야깁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산만 보이는 두메산골 초가집에서 자랐는데,
지금처럼 컴터로 게임하고 롤러스케이트도 타는 그런 오락거리는 당시에 있지도 않았지만,
그런게 나오리라곤 상상도 못했던 시절이죠.
하루종일 들려오는 소리라곤,
시냇물 흐르는 소리와 산새울음소리 옥수수잎새를 훑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뿐이었죠.
학교에 갔다오면 마을 골목길에서,
아이들과 손에 흙묻히며 비석치기나 잣치기 땅따먹기 등 그런 놀이를 하곤했는데,
이마저도 어머니가 불러 손에 소고삐를 쥐어주며,
"소 풀뜯기고 오너라~ " 하면,
소를 몰고 들판에 가는 바람에 놀이가 중단되기 일쑤였죠.
이런 고즈녁한 산골에서 유일하게 반가운 손님은,
명절때마다 집에 찾아오시는 도회지에 사시는 삼촌이었는데,
오실때마다 종합선물셋트과자며 장난감등을 한꾸러미 들고 오셨습니다.
이 시절 제게는 삼촌이 최고의 우상이었습니다.
어느 명절날,
삼촌이 생전 듣도보도 못한 희한한 물건을 하나 들고 오셨습니다.
길쭉한 상자처럼 생긴 손잡이가 있는 가방이었습니다.
가방을 양쪽으로 제키니, 동그란 판때기가 보이고 스피커가 내장되있어,
동그랗고 새까맣게 생긴 판때기하나를 올려놓자, 그게 막 뱅글뱅글 돌아가는겁니다.
그뿐이면 놀라지도 않았을텐데,
길쭉하게 생긴 막대기를 올려놓자,
캬! 거기서 꾀꼬리울음소리보다 더 맑은 여자노래소리가 울려퍼지더군요.
햐! 신기하기도하고 감동스럽기도하고, 뭐라 표현키어려운 감정이 밀물처럼 몰려오더군요.
그것이 야외전축이란건 삼촌이 말해주고나서야 첨 알게됐죠.
아무튼 판때기 두장이랑 이 기계를 두고 가셨는데,
이후 노래가사를 외울정도로 수백번도 더 들은듯 합니다.
그 노래들이 얼마나 뇌리에 각인됐는지, 수십년이 흐른 지금도 그 노래가사를 기억합니다.
바로 이겁니다.
지금 들으면 무지 촌스럽긴하지만,
얼마전에 인터넷을 통해 이 음원을 구했습니다.
얼마나 기쁘던지.. 눈물이 흐르더군요.
그것은 이 노래를 들으며,
다시는 돌아갈수없는 그 시절 그 아련했던 추억이 마구마구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이런 느낌 다들 한두번씩은 있으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