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지고있는 레코드들을 살펴보면서
좋은 레코드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아날로그 초기 시절에는
사람들이 좋다하는 레코드를 찾아다니는데 정신을 팔았었고
조금 알게된 다음에는 레코드 족보(Labelography)를 익히며
초반들을 찾아내기 위해 뛰어다녔는데
레코드 레이블별 사운드 특성을 정리해놓고
다시 차분하게 음악을 듣다보니
좋은 레코드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정리해보니
1. 오리지널 레코드가 좋다(녹음되고 생산되는 과정에서의 사운드 일관성이 확보되므로)
2. 초반도 중요하지만 스탬퍼와 프레스 상태가 더 중요할 수 있다.
3. 재발매반이라고 해도 마스터링 및 제작공정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초반보다 훨씬 좋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4. 스탬퍼와 프레스가 아무리 좋아도 레코드의 관리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디스크의 상태)
5. 상태가 좋은 디스크라도 소리가 안좋다면 제대로 클리닝을 해야한다.
6. 초반과 재발매반은 사운드 특성이 다르므로 둘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레코드 자체의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초반이라는 그림의 떡을 찾아다니는 것 보다
베스트 카피라는 현실적인 레코드를 수집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오늘 제가 들은 레코드는 솔티 지휘 줄리어스 카첸 연주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2번과 발라키레프의 이슬라메이가 커플링된 음반입니다.
1958/06 Stereo 레코딩, Kingsway Hall, London
스테레오 초기 녹음으로 초반은 아래 자켓이며 상태가 좋은 것들은
가격도 상당히 비쌉니다.(ebay 평균가격 100달러 이상이지만 스탬퍼 및 컨디션 미상)
제가 구한 베스트 카피는 Ace of Diamonds 시리즈로 발매된 아래의 재킷입니다.
테드 버킷이 커팅한 8번째 마더(마스터), 3번 스탬퍼의 프레스로 거의 사용감이 없는 레코드네요
와이드밴드 초반과 같은 굵은 선이 느껴지는 사운드의 중후함은 부족하지만
데카 와이드밴드와 동일한 커팅머신과 프레스기가 사용되어
밸런스가 좋은
안정감있는 사운드가 전대역에 걸쳐 평탄한 특성을 가진 레코드입니다.
LP로 들을 수 없는 경우 아래의 CD를 이용해야겠죠
참고로 데카 레코드의 매트릭스 넘버의 맨 마지막자리 이니셜에 따른 엔지니어들의 이름은 아래와 같습니다.
E Stan Goodall
F Cyril Windebank
G Ted Burkett
K Tony Hawkins
L George Bettys
V Quentin Williams
W Harry Fisher
사족으로
과거에 생산된 LP 레코드는 적어도 생산된지 25년 이상 지난 것들이므로
외관에 민감한 분들에게는 낡은 중고서적 처럼 볼품없는 것들일 수 있습니다.
겉모습(Cosmetic condition)에 대한 집착을 조금 버리면
최근 다시 생산되어 장당 3만원~8만원에 달하는 가격에 판매되는
리이슈들과 비교해볼 때 훨씬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민트급의 중고 레코드를 구하려하는 것은 어쩌면 과한 욕심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