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 개업한지 벌써 한달하고도 열흘이 훌쩍 넘었습니다.
가족 피서는 꿈도 꾸지 못하고,
아내와 저는 여전히 직장생활 중이고
편리한 도시의 문화생활을 접고 깝깝한 시골에 메여 있는 큰 딸은 비명을 질러 댑니다.
그래서 타협한 것이 첫째, 셋째 화요일 휴무하고
그 바쁜 날들 사이 큰 딸은 가게를 비우고 해외로,전라도 여행
친구들과 피서도 다녀오고,
그 땜빵을 하느라고 아내와 저는 쉬는 휴일도 고스란히 반납했었던...
시골까페지만 결산을 하니 가장 많이 들어가는 비용은 전기세였습니다.
두 대의 제빙기와 에어컨, 냉장고 두대(그나마 음료 냉장고는 꺼놓고 있습니다)
두 대의 커피머신(그것도 1대만 상시작동) 등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는 빙수,커피,과일음료 순 입니다.
한 사람의 인건비 정도는 1개월 장사에 충분하다 싶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시작이 반, 언제나 찾아와도 문 열어 손님 맞는 그런 까페가 되고 싶었는데
가게를 맡아준 딸의 생각은 좀 다른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업시간도 10:30-21:30으로
동네 주민들을 위해 빙과, 담배 등 까페와 맞지않는 품목들도 뺄려고 하는 것을
건물 임대 조건에 포함된 것이므로 뺄 수 없다고 설득해서 유지중 입니다.
메뉴들도 정해지고 인근 읍.면에서 찾아오는 고정손님들도 꽤 생겼는데
예상했었던 몇 몇 문제들이 이제 불거지는 군요
예상했던 가장 큰 문제 하나
이 사진이 건물 수리전 모습입니다.
그리고 최근 영업중인 까페 모습이구요
다음 사진은 평소의 한 낮 풍경입니다.
사진 보시고 뭐가 문제냐 하시는 분들 계시죠?
우측 정자 주변에 노인분들 입니다.
예전 까페 개업전엔 혹서기 무더위를 피해 까페 좌측에 있는 노인정 건물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무더위를 피하시던 분들이 까페 개업 후 아침 부터 저녁 아니 밤늦게
까페 문 닫는 시간까지 저렇게 나와 계십니다.
빙과나 팥 빙수 하나 먹으려고 해도 저 많은 시선들을 뚫고 들어와 시원하게
잡수시고 갈 배짱좋은 마을 주민은 별로 없다는 겁니다.
결국 낮선 다른 동네분들과 소문듣고 찾아주시는 분들 때문에 까페가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가끔 동네분들은 700원 하는 빙과를 한개 씩 돌리시는데 평일 평균 까페 입구 정자에
소일하고 계시면 3~4개 정도 맛 보실 수 있으십니다.
첨엔 재미있는 풍경이다 생각했었는데 점점 부담으로 다가오네요
게다가 오후 3시 가장 더운 시간까지 그날 따라 노인들의 당 수치를 올려줄 간식제공이
없는 날은 까페를 찾아오신 손님들의 주차 차량을 문제삼아 차 마시는 손님들에게
고함치고 강짜 부리는 특정 어르신도 두어분 계십니다.
까페앞에 들어오는 차를 보고 고함치고 돌려보내는 등 ....
이 문제로 딸이 발만 동동 구르고 안타까워 하는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어르신들이 문제 삼는 점을 듣고 가급적 차량 주차를 까페와 정자 근처에서 떨어진 곳에
하도록 안내판을 붙였습니다.
부딪치지 않고 살아가는 삶, 배려하는 자세를 잃지 말자고
큰 딸을 다독거리고 있습니다.
까페를 시작하며 중고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 했더니 이 여름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저렇게 엄청난 예상치 못했던 비용 지출도 있었습니다.
현재 중고에어컨 판매업자와 비용부담 부분을 타협중입니다.
다 힘든 것은 아닙니다.
어르신 들 중에는 "용심 많은 할망구 하드나 하나줘라"면서 자기 용돈 털어서 자주
빙과를 돌리시는 배려 많은 어르신도 계시구요
속 상해 하는 큰 딸에게 간단한 꽃꽂이 가르쳐 주시면서 가게에 올려놔 봐라면서
손녀같은 제 딸을 달래주시고 하는 어르신도 계십니다.
큰 딸이 조련시키는 메뉴 훈련이 너무 벅차 좀 줄이자고 하면
아무리 노후 대비지만 장사는 장사니까 느슨하게 할 맘 먹으면 망한다고
똑순이 선생이 되어서 가르치는 큰 딸의 지도로 아내도 제법 신메뉴를 만들줄 알게
되었습니다.
곧 더위도 한 풀 꺽이겠죠.
회원님들의 관심받아 탄생한 까페 근황을 올려봤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