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지지리 궁상맞은 턱수염 난 친구들과 여름을 지낸 기억밖에 없네요..
헌팅은 휴가 계획에 항상 포함되어 있었지만, 헌팅을 해본적도, 당해본적도 없던...
내장산엘 갔습니다..예의 그 턱수염난 지지리 궁상맞은 사내넘들하고..헌팅은 언제나 계획속에 들어있고.
등산로 초입 주차장 인근 텐트촌에 텐트를 치고난 후, 산에 올라가서 헌팅을 하자..아니다 여기서 하자..
분주한 입씨름 중, 그나마 오른쪽 다리로 짝다리 좀 잡아본 친구 한넘이 눈짓으로 멤버중 나름 비덩에게 눈짓을 하더니...우리 텐트에서 한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텐트를 펼쳐놓고 우왕좌왕 토크쇼를 하던 츠자쪽으로 델꼬 가더니..흔히, 자주, 많이 보아온 연출이 진행되더군요..(텐트를 잘 못치는 여자들, 텐트를 무지 잘치는 사내들의 집만들어 주기 쇼)
잔여인력은 흐뭇한 미소를 띄우며 사태를 지켜봤는데 텐트가 거진 쳐질 무렵 어디서 나타났는지..한무리의 사내들이 그 텐트로 진입후..조금 있으니 텐트치는 걸 도와주던 두 넘이 털레털레 복귀하더니...
"오빠들 왔댄다.. ㅠ.ㅠ..."
"개 시키들...왜 늦게 와서 넘의 노동력만 뽑아가누..." . 그러면 그렇지... -.-;;
..산에나 올라가자...하며 등산을 시작했는데...뭐가 될라고 그랬는지..우리들보다 두어살 어린 츠자 무리가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는데..느낌이 좋더라구요..
어느정도 올라가 간식을 먹는데..마침 그 츠자 무리들도 우리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를 펴고 간식을 먹게되어...예의, 찔러나 보자..며 두 녀석이 우리 간식을 조금씩 들고(미소를 포함해서)가서...나눠먹자며 주니 마니...그러더니..함박 웃음을 지으며 돌아와선..같이 합쳐서 간식을 먹는걸로 얘기를 끝냈다며..어깨 뽕넣은 사람들처럼 힘을 잔뜩 주길레..
"와...이번에는 진짜 성사가 되나부다..그 장기계획이..." 했는데...
조금 후 우리쪽으로 합친다는 츠자들이...스멀스멀..짐을 꾸리고 다시 산행을 잡길레...
"어..?? 왜 저러지??" 하며 부리나케 뛰어가 왜 그냥 가는지 물어보니...
그 츠자들 옆가에 앉았던 중년의 부부가...우리가(남정네들) 불량스럽게 보인다며 같이 놀지 말라고 조언을 했다네요...그러니 몇명이 그게좋겠다며..그냥 산으로 가자고....햇빛도 별로 안쬐어 뽀사시한 남정네들을 보고..불량스럽게 보인다니....참 어처구니가 없더라구요...그런다고 냉큼 산으로 올라가는 츠자들도..좀 그렇고..
언제나 그렇듯, 체념은 빨리, 나쁜기억은 딜리트 시키고..좋다 말았다 하며 간식을 먹고 조금 이동하는데 소나기가 엄청 내리기 시작하더라구요...
하산길을 부리나케 뛰어내려와 보니...누군지 제일 마지막에 텐트에서 나온 녀석이 쟈크를 안 닫아놔서...산에서 내리는 폭우같은 소나기가 모조리 텐트안으로 들어가..안에 있던 나름 가벼운 것들은 물위에 공중 부양을 하고 있더라구요...(지금은 이해가 안되시겠지만, 예전에는 텐트를 치고 잠그거나, 누가 남아있지 않고 ..텐트 그대로 비우고 산에도 가고, 계곡도 가고 그랬습니다..)
헌팅은 물건너가고, 텐트는 물로 채워지고...대략 80년대 중반 여름여행 스케치였습니다..
* 이동식 불판..(사진폴더에 언제 이런 사진이 있었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