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부모들이 또 한 번 시민들 앞에 섰다.
정부가 주장하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활동 종료 기간인 6월 말을 앞둔 2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밝혀지지 않은 800일, 세월호 특별법 개정 촉구 범국민 문화제"가 열렸다.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가 주최한 이 날 행사는 오후 6시 30분쯤 시작됐다.
1부는 비정규직 철폐, 백남기 농민 청문회 실시 등을 함께 외치는 범국민대회로, 2부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는 범국민문화제로 치뤄졌다.
사진=강혜인 기자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한 면에는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하라"가, 다른 한 면에는 "더이상 죽이지 마라"가 적혀있는 플래카드를 손에 들었다.
"2학년 7반 찬호 아빠"라고 본인을 소개한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위원장은 발언대에 올라 "세월호 특별법은 650만명이 넘는 국민의 염원이 담겨 제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시민들의 슬픔이 담긴 국화 꽃 한 송이에 정부는 최루탄과 물대포로 대응했다"며 "정부는 국민들을 다치게 하더니 김관홍 잠수사까지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416연대의 김우 상임위원장은 "정부는 세월호를 인양하랬더니 들었다 놨다 선체만 훼손시키고 있다"며 "진실 앞에는 거래도 없고 성역도 없으니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라"고 외쳤다.
이날 행사에는 국회의원 10여명도 자리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오늘같이 바람이 부는 날이면 유가족들의 마음은 팽목항에 가 있다"며 운을 띄웠다.
윤 의원은 이어 "유가족들은 "부모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우리 모두가 그 아이들의 부모니까 그 마음으로 연대하고 투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의원들 중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고 "오늘도 유가족들은 홍대 앞에서 여기까지 걸어왔다"며 "도대체 언제까지 이들이 걷고 또 걸어야 하느냐"고 외쳤다.
이어 박 의원은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7시간을 빼면 특조위 활동을 연장시키겠다는 말을 했다 "며 "이게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냐"고 소리쳤다.
정성욱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은 "해수부는 세월호 인양 "문제 없다", "자신 있다"고 하더니 그 결과가 선체 훼손이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난 17일 숨진 김관홍 잠수사에 대한 추모 영상도 상영됐다.
"우리는 다 기억하는데 어떻게 정부는 하나도 기억을 못 합니까", "우리가 물 속에서 엉킨 시신들을 한 구, 한 구 달래가며 안아서 물 밖으로 꺼냈습니다" 등 김 씨의 생전 발언들이 영상에 담겼고 이를 보는 시민들은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세월호 특조위 이석태 위원장도 자리에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세월호 특조위의 선장은 본인이라며 세월호의 선장은 배를 버리고 떠났지만 자신은 떠나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참가자들 중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304명의 희생자들이 그토록 살고싶어 했지만 그 "살려달라"는 절규에 고개를 돌려버린 사람들 때문에 모두 하늘의 별이 됐다"고 소리쳤다.
그는 "오늘은 802번째 4월 16일이지만, 그런 슬픈 생각보다는 진실에 802일만큼 가까워진 날이라고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후 9시쯤, 행사가 끝난 후 시민들과 유가족들은 정부종합청사 앞에 마련된 농성장으로 이동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 촉구를 외치며 무기한 농성을 이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