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강제징용 보상
"한국인 피해자는 배제"
이국언 "정부가 의지 없고 소극적"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에 강제 연행돼 노역에 동원된 중국인 3700여명과 화해안 합의를 이룬 가운데,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가 중국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해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사과와 보상 문제에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국언 근로정신대 대책 시민모임 상임대표는 15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스스로 피해자들을 내팽개치는 것을 앞장서는 상황에서 미쓰비시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의 노골적인 한국 피해자에 대한 배제가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우리 정부의 태도 때문이라는 비판이다.
이 상임대표는 중국 외에 다른 외국인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입장에 대해 “일본은 작년 7월에 미군 연합군 포로들을 미국까지 찾아가서 엎드려 사죄한 적이 있었다. 미국에 이어 중국, 영국, 네덜란드, 호주까지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며 “이 과정에 한국만 완전히 노골적인 왕따 취급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쓰비시나 일본 정부의 이러한 태도의 원인에 대해 그는 “근로정신대 할머니들 같은 경우 횟수로 따지면 근 20여 년에 가까운 법정 투쟁을 통해 어렵게 승소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그 직후에 외교부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한 개인이 일본 민간기업을 상대로 한 사적인 소송이다’라면서 정부가 이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이야기 했다”며 “우리 정부마저 판결에 못마땅하듯이 입을 닫고 있거나 김을 빼는 마당에, 일본 정부나 기업이 나서서 굳이 사과나 배상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와 회사를 상대로 수십 건의 소송을 벌여왔으나 박정희 정권 시절 맺은 한일청구권 협상이 번번이 발목을 잡으며 모두 패소했다. 문제는 국내 법원에서조차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기를 꺼려한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이 국내 법원에 제기한 5건의 소송 또한 3년 째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내지 않고 표류 중이다.
이 상임대표는 “피해자들이 90세 고령이고, 인간의 한계수명에 와 계신 분들이다. 시간과의 싸움을 하는 분들인데 이걸 이렇게까지 미뤄야 할 일인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쓰비시와 중국측의 화해안에 대해 “뒤늦었지만 인류 보편적 요구를 미쓰비시가 뒤늦게나마 수용한 것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1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쓰비시는 중국인 피해자들에게 직접 찾아가 사죄하고, 1인당 10만위안(약 1800만원)의 사죄금을 지불하기로 하는 등의 화해안을 도출했다.
미쓰비시는 화해안에서 “중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여 열악한 조건하에서 노동을 강제한 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히고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심심한 사죄”를 표명했다. 또 미쓰비시는 보상금 외에 기념비 건립비 1억 엔(10억8000만원)과 실종된 피해자 조사비 2억 엔을 내기로 했다.
이러한 화해안을 바탕으로 전면 화해가 실현되면 강제연행에 대한 합의금 총액으로는 역대 최대규모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