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기술 포털 사이트인 트리허거(tree-hugger)는 노르웨이가 2025년부터 일반 승용차와 단거리 버스, 그리고 경량 트럭의 경우 무공해 자동차로만 차량 등록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고 보도하면서, 이 같은 변화가 내연기관의 종말을 앞당길 노르웨이발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 기사 링크)
전기자동차 구매 2위 국가는 노르웨이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테슬라 전기자동차를 가장 많이 구매한 국가는 미국이다. 약 2만 5000대 정도가 판매돼서 전체 판매량의 60%를 차지했다. 당연한 결과라고 여겨지는 이유는 테슬라가 미국의 자동차 회사이기도 하지만, 우선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시장 자체가 크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번째로 많이 구매한 국가가 어디냐는 점이다. 자동차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중국?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를 가장 많이 보유한 독일? 모두 아니다. 인구가 500만 여명에 불과한 북유럽의 작은 나라인 노르웨이다. 총 4039대를 구매해서 전체 판매량의 9.4%를 차지했다.
이 같은 수치는 테슬라 전기자동차에 국한된 결과지만, 전체 전기자동차로 범위를 넓히면 더욱 경이롭다. 9천여 대가 팔린 폭스바겐의 전기자동차를 비롯하여 총 2만 6000대가 지난 한 해 동안 판매되는 등, 이 나라의 전기자동차 시장은 2012년 이래 매년 100% 이상 성장하는 놀라운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자동차 제조국가도 아닌 노르웨이가 어떻게 이처럼 압도적인 전기자동차 시장을 이루고 있을까? 그 비결은 노르웨이 정부와 수도인 오슬로 시가 지원하는 강력한 세제 혜택 및 보급 정책에 숨어있다.
우선 세제 혜택의 경우 1990년부터 전기자동차에 대해 소비세를 전혀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1996년부터는 주행세도 인하했다. 또한 2000년부터는 영업용으로 구매할 경우 자동차세를 50% 낮춰주고 있고, 2001년부터는 25%에 달하는 부가가치세도 면제해주고 있다.
노르웨이의 폭발적인 전기차 보급률 ⓒ wikipedia
보급 정책의 경우도 파격적이다. 노르웨이 실제 전기자동차 구입비용은 다른 유럽국가보다 현저히 낮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에서 폭스바겐의 전기자동차인 ‘e-골프’를 구입한다면, 스웨덴보다 26% 가량 저렴한 3만 500유로에 살 수 있다.
반면에 기존의 내연기관을 단 자동차는 차 값의 25%에 해당하는 부가세를 고스란히 납부해야 한다. 또한 차량 무게와 배출가스, 그리고 배기량에 따라 취득세 및 등록세가 차등 적용되기 때문에, 골프 가솔린 모델을 구입한다면 e-골프의 경우와는 반대로 스웨덴에서 구입하는 비용보다 1만 유로를 더 지불해야 한다.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미래를 대비
세제 혜택 및 보급 정책 외에도 노르웨이는 가히 전기자동차의 천국이라 할 만큼 각종 편의제도 및 인프라가 제공되고 있다.
각종 편의 제도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버스 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로 꽉 막힌 출퇴근 시간의 도로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는 꼼짝하지 못하지만, 전기자동차는 여유있는 버스 전용차선을 이용하여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료 도로의 통행료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주차장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점도 제공한다.
이 밖에도 전기자동차 이용을 위한 인프라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일반 충전소 6203개와 232개의 급속 충전소를 운영 중인데, 수도인 오슬로만 해도 950개의 충전소가 설치되어 있다.
이처럼 전기자동차를 ‘우대’하고, 내연기관 자동차를 ‘박대’하는 정책을 펼친 결과, 지난해까지 노르웨이의 전기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총 7만 4000여대로서 전체 판매량의 3.2%를 차지하는 뛰어난 결과를 낳았다.
노르웨이의 이런 독보적인 도전을 전 세계 사람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유는, 이 나라가 유럽에서도 보기 드문 산유국이라는 점 때문이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는 석유 이용과 판매를 늘리는 것이 맞지만, 그래서는 국가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에 보다 멀리 내다보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이 나라는 다른 산유국과는 달리 석유를 판매한 돈으로 세금을 낮춰주기보다는 별도의 국부 펀드를 만들어 미래 세대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석유가 고갈된다 하더라도, 펀드는 남긴다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덕분일까? 노르웨이는 현재 저유가 시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석유에만 의존해서 국가 경제를 꾸려온 나라들에 비해 상태가 양호한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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