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여 년 전 전기도 수도도 없던 산골마을..
초가집 마루벽에 매달렸던 달랑 모노스피커하나..
방송이라곤 KBS 하나밖에 안나왔지만,
오락거리가 없었던 당시 산골사람들에게 유일한 소통거리였죠.
저녁을 먹은 동네사람들이 멍석이 깔린 저희집 앞마당에 모여앉아,
삶은 옥수수를 베어물며 연속극이나 음악을 들었었죠.
연속극 내용이 극에 치달으면,
극중 인물에 너무 몰입하여,
모기를 쫒기위해 왕겨를 수북이 쌓아 피워놓은 모깃불 연기에 콜록거리면서도,
"저런 쳐죽일놈이 있나.. 천벌을 받을놈!"
이러며 흥분하던 뒷집 아저씨.. ㅎ ㅎ
지금쯤 그 아저씨도 하늘나라에 가있겠죠..
생각해보니,
그 달랑 모노스피커 하나에서,
온갖 감동적인 이야깃거리와 노래들이 흘러나왔는데..
오늘날, 나는 나름 고가의 오디오기기를 갖춰놓고서 음질운운하며,
수없는 바꿈질을 해댔으니.. 새삼 내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얼마전 극도의 스트레스속에서 음악을 들었더니,
음들이 허공중에 맴돌며 머릿속엔 전혀 다른 생각들로 가득차더군요.
오디오는 귀를 적시는게 아니라 가슴을 적셔야 한다.
딱딱한 기곗덩이에 집착하기보다
창작자가 전하는 메시지를 내 가슴속에 춤추게 해야한다.
고가의 기기가 귀를 좀 더 즐겁게 할순 있겠지만,
내마음이 편치않으면 모든게 다 부질없다 느껴질때가 있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게 많아 더 고급진 소리를 들을수있다면,
그보다 더 기쁜일은 없겠죠.
그게 아니라면, 현재 내가 가진것에서 천상의 소리가 아닌,
창작자가 전하는 메시지를 내 가슴속에 춤추게 해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