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결과에 대해 참 많은 말들이 있습니다.
새누리당 참패, 더불어민주당 승리, 국민의당 돌풍이라고들
똑같이 얘기합니다.
저는 새누리당 참패라는 말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새누리당이 "122석씩이나" 얻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제가 눈여겨 본 부분은 비례대표입니다.
300석 가운데 47석이 비례대표 의석이지요.
비례대표는 현대판 매관매직으로 전락했고 폐지돼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박정희가 유신헌법을 만들면서 국회의원 정수의 1/3을 대통령
이 지명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유신정우회(유정회)라고
부르던 것입니다.
유정회가 간판을 조금 바꾸고 변형된 것이 과거의 전국구,
지금의 비례대표라고 봅니다. 김종인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본래 비례대표의 취지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직능별 전문가
들을 국회에 진출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의당만이 비례대
표의 본래 취지에 부응하고 있을 뿐 기득권 정당들에게 비례대표
는 현대판 매관매직으로 당연시 되고 있는 듯합니다.
제가 2009년 초에 한국인으로 미국 연방 하원에서 3선 의원을
지낸 김창준씨를 그분 자택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요.
한국 정치를 후진적이라고 혹평하면서 유권자가 후보자를 직접
선택하지 않는 비례대표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지금의 한국 비례대표 제도는 유권자가 정당을 통해 후보자를
간접적으로 선출한다는 방식의 단점만이 부각되고 있다는 인상
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번 총선 비례대표 의석 분포를 보면 기득권 정당들이 비례대
표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확실한 실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정의당은 정당투표에서 7.23%을 득표했습니다. 비례대표 의석
47명의 7.23%면 정확히 3.398명이 나오는제 정의당은 4석을 배정
받았습니다.
기독자유당은 정당투표에서 2.63%를 득표했습니다. 47명의 2.63%
면 1.236명이 나옵니다. 그런데 기독자유당은 1석도 배정받지 못
했습니다.
선거법상 "비례대표 의석은 지역구에서 5석 이상 당선됐거나 정당
투표에서 3% 이상 득표한 정당에게 배분한다"는 규정때문이죠.
이 규정은 군소정당의 난립을 방지한다는 것이 입법 취지입니다.
한국 정치 현실에서 군소정당이 지역구에서 5석 이상을 당선시키거나
정당투표에서 3% 이상 득표하는 것은 불가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의당조차도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에서는 2석밖에 당선자를 못냈죠.
군소정당이 의석을 얻는 것이 불가능이나 마찬가지인 한국정치 현실
에서 "5석 이상, 3% 이상" 규정을 두는 것은 지주가 소작인 먹을 것까지
빼앗아가겠다는 심보입니다. 그 실례가 이번 총선의 기독자유당이죠.
군소정당에게 최대한 원내 진출의 기회를 줘도 군소정당이 국회의원
을 배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행 선거법상 "5석 이상, 3% 이상" 규정은 폐지하고
"정당투표에서 2% 이상 3% 미만 득표한 정당에게 비례대표 의석 1석을
우선 배분한다"는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당투표 2% 득표면 47석 중에 0.94석이 되기 때문에 1석을 배분한다고
해서 특혜를 주는 것도 아니고 유권자의 투표 가치를 왜곡한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소수자 보호 원칙에 맞겠죠.
비례대표 제도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데요.
제 소견으로는 폐지가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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