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일찌감치 투표를 해놓았기에 어제는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어제는 1919년에 상해임시정부를 수립한 기념일이었고 수요일이라
제자 1명과 서울로 올라가 우리를 기다리던 다른 한 명을 만나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 현장에 갔습니다.
여러 학교 선생님들과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참가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좋은 예감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소녀상에서 먼 곳에 밀려 있었기 때문에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듣지 못했지만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기는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강남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오디오쇼를 둘러보았습니다.
볼더와 비발디로 울리는 윌슨 오디오의 알렉스 스피커도 좋았지만,
순전히 그리폰의 제품들(앰프와 스피커를 모두 동원)로 틀어주는 소리는 "진짜 음악"의 쾌감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온 친구와 만나 즐겁게 저녁 먹고 집에 돌아오니 개표방송을 하더군요.
하루 종일 걷고 저녁에 술도 한 잔 했기 때문에 피곤해서,
단지 새누리당의 개헌과 장기집권의 야욕을 막아주기만 바라면서 자고 깨났더니,
아 글쎄~ 을동이도 날라갔고, 또 문수도 날라갔고, ......
더민주가 제1당이 되었더라구요.
안철수가 더민주로부터 호남당이라는 이름을 뺏어가줘서 고맙기도 합니다.
우리 가족이 3표를 준 정의당이 표를 많이 얻지 못해 섭섭합니다만
그래도 영남지방에서, 서울 강남에서 새로운 판을 짤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오늘 아침 문득 생각했습니다.
프랑스 혁명도 거의 1세기 동안 우여곡절을 겪은 뒤 공화국을 안정시키고
한 걸음씩 민주주의를 다졌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우리나라는 1919년 4월 13일부터 따져서 97년 뒤인 2016년 어제 평화적인
선거로 오만한 정권을 심판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시민들이 깨어나고 있음을 확실히 보았습니다.
저들이 아무리 국정교과서로 획일화된 역사를 가르치고, 자신들의 부모가 저질렀던 반민족적 행위를
감추려고 노력해도, 교사들과 중고등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일본대사관 앞에서 보았고,
또 선거로 북풍을 잠재우고, 무능한 정권을 심판하는 결과도 보았습니다.
민주주의 체제를 안정시키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열리는 것 같아 무척 기쁜 날입니다.
남의 나라에서 100년 걸린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100년쯤 되어가니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오늘 기분 좋게 시작합니다.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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