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철이와 병구가 할미꽃이 핀 섬바우 할매 묘 를 지나고 돌고개를 힘들게 헉헉 거리면서 뛰어 올라 서자 ..저만치 각대골에 있는 궁민핵교 운동장에는
벌써 아이들이 줄다름으로 모이는 것이 보이고
현애골에과 작평골  산골 아이들은  행여 아까운 검정 고무신이 산고개 돌나들 길에 구멍이라도  날세라 마카 벗어서 손에 들고 맨발로 시오리길을 달려와서는 흙발을 교실 앞에 파 놓은 물웅덩이에 씻고 있었다.

아이들 사이에는 드문드믄 책보자기도 없는 아이들이 있었다.
봄 새학기를 맞아서 새책은 고사하고 헌책 물려받지도 못한 아이들이 부모가 돈이 되는되로 읍내 장터 헌책방에서 책을 사와야하므로 책보자기 없이 학교로 오고 있었다.

드디어 학교 소사일을 보는  옥늠이 아부지가 교장실 앞에 꺼꾸로 매달린 육이오 포탄 껍데기를 돌망치로 탕탕치자 아이들은 우르르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서야 돌고개를 내리 뛰면서 학교로 오는 도꾸뿌리란 넘도 보였다.

월사금 안준다고 아침부터 밥 안먹고 저 어메한테 해악을 하다가..결국 다음 장날 지나서 준다하니 그제서야 눈물 훔치면서 학교로 뛰어 오는 중이다.

첫 수업은 국어였다.

수업전에 선생님이 총 62명의 3학년 2반 아이들 이름을 불렀다.

62명 중에 절반 정도가 왜정시대 책상에 앉았고 육이오 세대로 아이들이 갑자기 불어나서 그중 일부는 그냥 마루바닥에 앉아서 수업을 했다.

"김정식!"
"예"
"박희자!"
"예"
"박옥늠!"
"예"
"김말자!"
"예"
"김후씨!"
"예"....후씨란놈이 예하자 ..아이들이 또  킥킥 웃었다.

대구빠구에 마른버짐이 핀 후씨란넘은 ...손이 귀한 집안에 삼대 독자인데..나중에 김씨 문중에 씨앗이 되라고
후에 씨..즉 후씨라는 이름을 할배가 지었단다.

아이들이 또 킥킥 거리자 김원현 선생님은 대나무 회초리로 책상을 탁탁 후려치면서..

"거 뒤에서 킥키 거린 넘 앞으로 나왓!"

고함치자..택상이란 넘이 겁먹은 눈초리로 슬금 일어서더니  선생님 앞으로 나갔고 기철이도 킥킥 거렸지만
자기는 안 웃은 척 하고 숨죽이고 있었다.

아이들이 일순 조용해졌다.

"딱!"

하니 선생님 대나무 회초리가 택상이란놈 대구빡에 떨어졌고 택상이란 넘은 고통으로 대가리를 움겨잡고 얼굴을 찡그렸다.

다시 출석 호명이 이어졌다.

"권필늠이!"
"예"
"함춘자!"
".........."

부반장 함춘자는 오늘도 학교를 오지 않았다.
통지표에 올 수만 받는 여학생이다.

"함춘자!"

선생님이 다시 불러도 대답이 없다 그러자 선생님이

"함춘자 어디갔노?..함춘자 왜 결석하는지 아는 사람?"

그러자 조금전 선생님에게 머리에 꿀밤을 단 택상이가 주빗 거리더니..

"춘자 소잇긴다꼬 핵교 못온다카디더!"

"뭐라? ..소 이낀다꼬  학교를 안오고 결석하나?"


그랬다..그 당시 여자 아이들은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한글을 다 깨우치고 셈을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초등학교 3 학년 정도 다니고는 ...청명지나고 곡우내리고 , 여기저기 만물이 솟고 땅이 부드러워지면 향 노가지 나무로 갓 코뚜레를  뚫은 송아지로도 밭을 갈기도 했는데..그럴 땐
아이들이 송아지 꼬뚜레 줄을 앞에서 당기는 일을 했었다.

손이 모자라는 가난한 농사꾼의 농사철이니 자연 딸이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춘자야 니 오늘부터 핵교가지말고 소잇끼로 밭에가자!"

그래서 책보자기 싸던 춘자는 크게 울지도 못하고 몰래 눈물 뚝 뚝 흘리면서 ...학교 가는 길로 가지 않고 송아지 이끌고 산골 밭으로 올라갔다.

이땅에 6-70대 여인들에겐 이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