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에서 ‘달세뇨’ 감귤농장을 하고 있습니다.
일 끝나고 한잔 한 김에 글이나 하나 올립니다.
(뭐, 농사꾼이 농사 얘기밖에 더 할 줄 알겠습니까?, ㅎ)
벌써 3월, 봄농사를 준비하는 모습들이 역력하다.
여기저기 비료들도 실어 나르고…
‘달세뇨’ 농장도 오늘 아침 비료회사에서 비료를 배달해 왔다.
가축분 퇴비… 이름은 그럴싸 한데 실은 돼지와 닭의 똥을
주성분으로 하여 다른 식물성 재료들과 함께 발효시킨 것이다.
20kg x 250포 = 5,000kg, 5톤이다.
이 외에 유기질 비료, 토양개량제 등 다른 비료들도 줄 것이
한 5톤 되니 모두 10톤 정도 되는 셈이다.
고생문이 시작되었지만, 할 수밖에…
이제 감귤 판매도 끝나가니, 다시 올 농사 준비를 제대로
해야겠다.
비료를 받고 나서는, 비가림 감귤 나무들에게 물을 주었다.
빨간 색 끈이 달려 있는 나무들인데, 이제 45주 정도 남았다.
시간은 대략 7시간 정도 걸렸다.
빨간 색 끈은 신 맛이 강한 나무들에게 표시를 하기 위해서
매달아 놓은 것이다.
‘달세뇨’ 에서는 귤 판매를 시작하면서, 12월말쯤 비가림 하우스
안의 전 나무들을 대상으로, 귤들을 먹어 보면서 신 맛이 강한
나무들에게 빨간 줄을 매어 놓는다. 그리고는 판매하면서
1~3월 중 날씨가 좋은 날에 신 맛을 빼기 위해서 물을 주고 있다.
그러다가 신 맛이 빠진 나무들은 빨간 끈을 풀고, 수확해서
판매를 한다.
스프링쿨러 시설이 되어 있지만, 나무별로 물을 줘야 하는
양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빨간 끈을 찾아 가면서 호스를 들고
물을 주고 있다.
습관적으로 물 주기 전에는 당도 측정을 한다. 오늘은 두알을
측정해 보았다. 16.5 그리고 17 브릭스가 나왔다. 참 높은 당도다.
이제 주말쯤 한번 정도 더 물을 주면 될 것 같다.
이 나무들은 다음 주 정도에 일괄수확을 해서 감귤농협에
출하를 한다. 봄철 농사 준비 때문에 택배판매는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상당수는 ‘불로초’ 브랜딩이 될 것이다.
3월 프리미엄 감귤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감귤농협의 ‘불로초’ 는 당도 13 브릭스 이상 산함량 1% 이하의
감귤들에게 붙이는 국내 최고의 명품감귤 브랜드입니다.)
농사 일, 별 돈도 안 되지만 제대로 물건을 만들기가 참으로
힘들다. 그나마 농장에 붙어 살아야 비슷하게라도 간다.
농사짓기 시작한지 이제 5년차, 해마다 실수를 연발한다. 하나의
실수가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실수가 기다리고 있다. 아직 초보딱지를
못 떼고 있다. 맘으로는 정말 멋있게 농사를 짓고 싶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찾아오는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농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가급적 하지 말라고
권유를 한다. 그 이유는, 제대로 농사짓기가 참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땅 좀 알아 봐 달라고 부탁을 받으면,
요리조리 핑계를 대고 추천을 하지 않는다…
올 봄, 제일 중요한 농사 일정은 ‘성목이식’ 이다. 말 그대로
성목이 된 나무들을 이식하여 다른 장소에 심는 것이다.
일손도 많이 필요하지만, 문제는 이식 후 생존률이다. 그것
때문에 지금 여러 방법들을 고민중에 있다…
지금 여러가지로 우리나라의 상황이 복잡하군요.
정치, 경제, 안보 등, 어려운 시기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새로운 봄이 시작되었으니 회원님 여러분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꿋꿋하게 ‘화이팅’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