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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가는 전봉준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6-02-27 20:55:01
추천수 12
조회수   1,025

제목

서울로 가는 전봉준

글쓴이

한현수 [가입일자 : 2008-05-23]
내용











  서울로 가는 전봉준


눈 내리는
萬頃 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琫準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그 누가 알기나 하리

처음에는 우리 모두 이름 없는 들꽃이었더니

들꽃 중에서도 저 하늘 보기 두려워

그늘 깊은 땅 속으로 젖은 발 내리고 싶어하던

잔뿌리였더니

그대 떠나기 전에 우리는

목 쉰 그대의 칼집도 찾아 주지 못하고

조선 호랑이처럼 모여 울어 주지도 못하였네

그보다도 더운 국밥 한 그릇 말아 주지 못하였네

못다 한 그 사랑 원망이라도 하듯

속절없이 눈발은 그치지 않고

한 자 세 치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려오나니

 

그 누가 알기나 하리

겨울이라 꽁꽁 숨어 우는 우리 나라 풀뿌리들이

입춘 경칩 지나 수군거리며 봄바람 찾아오면

수천 개의 푸른 기상나팔을 불어제낄 것을

지금은 손발 묶인 저 얼음장 강줄기가

옥빛 대님을 홀연 풀어헤치고

서해로 출렁거리며 쳐들어 갈 것을

우리 聖上 계옵신 곳 가까이 가서

녹두알 같은 눈물 흘리며 한목숨 타오르겠네

琫準이 이 사람아

그대 갈 때 누군가 찍은 한 장 사진 속에서

기억하라고 타는 눈빛으로 건네던 말

오늘 나는 알겠네

들꽃들아

그날이 오면 닭 울 때

흰 무명띠 머리에 두르고 동진강 어귀에 모여

척왜척화 척왜척화 물결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군말1984동아일보신춘문예 당선작. 시인은 서울로 압송되어 가는 사진을 보고 이 시를 썼다고 한다. 해진 짚신에 상투를 튼 전봉준을 향해 이름 없는 들꽃, 풀꽃 들이 상을 당한 것처럼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푼다. 전봉준을 위해 울어 주지도 못하고, 더욱이 더운 국밥 한 그릇도 말아 주지 못한 것을 화자가 자책하듯 속절없이 눈발이 그치지 않는다. 그러나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전봉준은 돌아올 것이다. 마치 저 동진강 얼음장 강줄기가 서해로 출렁거리며 쳐들어가는 것처럼. 그날을 기억하고 기다리라는 말을 화자는 그 한 장의 사진 속 전봉준의 눈빛 속에서 읽어 낸다. 참으로 그날이 오면 풀꽃 같은 사람들이 흰 무명 띠 머리에
두르고 다시 그를 맞이할 것이다
. 




   
   가슴을 치고 눈물나게 하는 안도현의 전봉준입니다.
   오래 된 시이니 다들 읽어보셨을 터이지마는, 
    
   세상이 수상수상해도 어쩌지 못하는 것을..
   분을 삭이느라 이런 시 또 한 번 훠이 훠이 읽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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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석 2016-02-27 21:06:28
답글

작금의 오늘의노동자현실과그때의정세나 지금이나 별반다르지않다고생각합니다
참으로 슬픈사진의한장이군요
공주에서 25000전멸을당했던역사
그것도왜국의조총앞에서..
아이러니하게
지금도 자주국방을못하고
명성황후나
자금의박년이나.ㅜ상화을보면 어찌 그리똑갵은지
국민성도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다르지않고

yws213@empal.com 2016-02-29 00:34:24
답글

우금치마루의 아픈 역사를 거듭 반복하는 통열한 피빛 사슬을 반드시 이 시대 마감 전에 끊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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