얹저녁 손가락 잠기게 꾹꾹 눌러주시는 녕감님이 계셔 적당함을 넘어선 정도로 막걸리를 마시고 잔 탓인지
으례 강제 기상시간 전 40분에 울리는 1차알람을 누른지 기억도 못하고 누워있다가..
문뜩 남편의 코고는 소리와 막걸리 쉰내가 진동했을 방안 공기를 겨우 이기고 잠들었을 아내가 떠올라..(이맘때 몸이 깨는 것은 참 바람직한 건강신호라고 판단하는 분들도 많습니다만.전 요즘도.. ^^.)
잘 자고 있는 머리를 들어올리고(?) 팔을 우겨넣어 팔베개를 해주곤,
이제 해가 짧아져 어스름이 걷히고 있는때라 가만히 음영이 드리운 아내 얼굴을 들여다 봅니다.(아...팔아파..얼마전 어깨 돌아가는게 심상치 않아 남들이 이맘때쯤 왔다던 오십견인가 걱정을 했으나..좀 더 머리를 기울여 보니 팔베개의 각도가 적절치 않았던 지난 밤이 몇 번 있었던 기억이 나 웃고 넘겼습니다.)
시집와서 죽도록..은 아니어도 그럭저럭(?) 남들보다는 좀 더 고생했을 아내를 생각하면서..왠지 아련함을 느낄려고 하는 찰라,
이문세의 [소녀]의 낮은 피아노 소리가 울립니다..저의 법적 알람 소리입니다.
...
기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던 몸을 채 일으키기도 전에..
[내가 준비되지 않았는데 나의 것들과 헤어지는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되는가? ] 하는 화두가 가슴속에 들어옵니다.
참 큰일이구나..언제 갈지도 물론 모르지만 이 모든것들과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헤어지면 너무나 슬픈 것 아닌가..
순간에 충실하거나, 언제일지 모르니 무엇이든 (아쉬움을)남기면 안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래전에는 [밤새 안녕하셨는가?]가 중요한 인사인 적이 있었고,
어느분에게는 아침에 눈을 떠 또 하루의 세상을 볼 수 있음에 감사를 하는 아침이 되기도 하고,
또 어느분에게는 눈을 채 뜨지 않았는데도 마치 누군가 홀로그램을 띄운것 처럼 오늘 하고 싶지 않던, 그러나 꼭 해야만 할 일이 떠오르기도 할테고..
또 제가 아는 어느분은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3겹살 트라우마를 일으키게 한 지난 날 못된 상사 얼굴이 떠오르기도 하는 아침일테고..
무심한 우주 덩어리는 지 멋대로 계속 굴러가는데 이렇듯 제 각각인 아침맞이에 문득 준비되지 않은 헤어짐의 슬픔이 잠시 스치고 지나간 아침을 맞은 단상 이었습니다.
* 아직 모닝x은 잘 싸고 있으니 당분간은 걱정이 없겠지만요...